이복영 | 공학박사 | 한국화재보험협회 인천지부장
어느덧 계절이 늦가을에 접어들었다. 산야(山野)는 형형색색 단풍의 향연에 취해있지만 우리 안전인들은 이를 즐길 여유가 없다. 눈앞에 다가온 동절기(12월부터 다음해 2월)를 맞아 화재 대비에 미리 만전을 기해야하기 때문이다. 화재발생 통계를 분석하면 동절기에 화재사고가 집중되는 특성을 볼 수 있다. 실제로 2011년 화재통계에 의하면 동절기 3개월 동안 발생한 화재가 연간 화재발생 건수의 30.4%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동절기에 화재가 집중되는 이유는 날씨에 기인한다. 날이 춥고 건조하다 보니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기의 사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화재사고가 날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그럼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오직 날씨 때문일까. 물론 아니다. 직접적인 발화요인은 부주의와 전기적 요인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부주의에 의한 화재’는 안전의식과 유지관리기술의 저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안전의식 부재, 안전불감증, 반복되는 재해 등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주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들 용어들은 우리나라의 안전수준이 어느 정도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안전관리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안전은 위험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모 기관의 슬로건이 있다. 이 슬로건은 위험요소를 인식·평가하고 이를 통해 적절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안전활동은 특별한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시적인 활동을 지향하는 활동이자 위험이 예상되는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사고원인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예상됐던 위험요소가 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위험요소가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적을 것이라고 작위적으로 판단하거나 현장 안전관리활동을 소홀히 하여 위험요소가 사고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우리는 위험의 인식과 평가는 어느 것 하나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부주의에 의한 화재도 마찬가지다. ‘괜찮겠지’하는 막연한 안도감이 부른 안전의식 부재와 위험의 인지 및 대책이 수반되지 않은 관리소홀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런 안전의식 부재와 관리소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안전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할 때 망설임 없이 안전을 택하기란 산업현장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이나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수반된다는 최고 경영자의 안전의식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안전관리자의 적극적이 활동도 동절기 화재예방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동절기 전기화재는 전열기 사용으로 인한 과부하, 합선에 의한 사고, 전열기 인근의 가연물 착화, 축열에 의한 화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동절기는 안전관리자가 위험요소를 찾아내는 활동이 필요한 계절이다.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지역 난방용 전열기기, 사무실 책상 밑의 전열기, 숙소의 전기장판 등에 안전관리자의 시선이 항상 가있어야 한다.
다가오는 동절기를 맞이해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지속경영을 위한 기업의 필수 업무인 동시에 생산성 향상이나 이윤극대화를 위한 기업운영의 첫 번째 과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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