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동소방서 예방과장 전세중
2012년 2월 초, 채무에 시달리던 30대 남자가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아내의 신속한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119안전센터 대원들에게 극적으로 구출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날 경기도 평택소방서에 “남편이 죽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는 부인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서는 남편의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30분 만에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외가천리 주변 기지국에서 신호를 확인하고 안성소방서에 연락했다. 안성소방서 공도119안전센터 대원 19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소방대원들은 자살자가 주로 찾을 법한 인근 야산과 모텔 등에 대한 수색에 나섰고, 그 후 15분 만에 안성시 원곡면 반제리 반제저수지 모텔부근에서 김씨의 이스타나 차량을 발견했다.
대원들은 차를 찾자마자 산 쪽으로 뛰어 올라가다 차에서 50m쯤 떨어진 산 중턱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매달려 있던 김씨를 발견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은 “2~3분만 늦었어도 아까운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위치 추적을 해서 생명을 건진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2004년 8월 24일, 지리산을 등반하던 40대 남자 등산객의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통신사 측에 실종자의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 정보의 추적을 요구했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범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사유 이외에는 위치 정보의 추적이 인정되지 않아 결국 거부당했다.
등산객은 실종 23일 만에 사체로 발견됐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관련 사항이 논의되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이는 2005년부터 시행됐다.
위치추적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쓸데없는 예산의 낭비다, 이러한 서비스는 경찰들이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등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는 ‘정말로 위급한 상황’에서 빛을 발휘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서비스가 있었기에 간발의 차이로 남편 김씨의 목숨을 구조할 수 있었고, 수많은 자살 사건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몇 년 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보급됐을 때 얘기다. 사용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개인 위치 자료의 무단 수집으로 아이폰 이용자 수천 명이 단체로 소송을 걸었던 일이 있다. 개인의 위치 정보 또한 소중한 개인정보의 하나로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는 주장에서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위치추적 서비스는 본인, 2촌 이내의 친족 혹은 배우자, 민법에 따른 후견인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요청사유 또한 가출, 자살 혹은 투신기도, 약물 복용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그 정보를 믿을 수 있는 국가공무원이 관리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용자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11년의 위치추적조회 서비스를 신청한 기록을 보면 전체 24,997건 중 실제로 실종자를 찾은 것은 242건으로 단 1%에 채 미치지 못하다. 더러는 찾아보니 집 안에 있더라 하는 경우도 있어 지금까지의 실질적인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치매 노인을 허허벌판에서 찾았다는 우수 사례도 있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가정의 웃음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면, 위치 추적 서비스의 질과 정보 활용의 측면을 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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