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철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장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동시에 넘어선 세계 7번째 나라가 됐다. 특히 후발개도국 중 이른바 20-50(국민소득 2만 달러-인구 5천만 명)에 처음으로 진입한 국가로 기록됐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소득 3만 달러 시대도 금세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저소득 계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노후된 전기·가스시설 등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화재·폭발 등의 사고위험에 항상 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는 재난 취약계층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사회복지 차원의 생계 지원 대책은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돼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의 안전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회복지는 불완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소방방재청은 당장의 생계유지가 급급해 안전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는 재난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재난취약가구 안전점검 및 정비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는 화재 등의 재난과 사고로부터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안전복지서비스 개념이 도입된 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주거 시설을 직접 방문해 무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전기콘센트, 누전차단기, 가스밸브 등 화재 폭발의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노후시설을 정비하고, 생활 속에서 부주의에 의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세대, 한 부모세대, 나홀로 어린이 등 안전에 취약한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32만 가구를 정비했고 올해도 4만여 가구를 정비, 추진 중에 있다.
사업성과도 좋아서 안전점검을 실시한 가구의 ‘화재 발생률’은 점검을 하지 않은 기초생활수급가구의 20%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가구당 평균 6만원 정도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저비용 고효율 사업이라 평가하겠다.
비록 비용 측면에서 봤을 때 가구당 수혜 금액이 크진 않지만,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안전이라는 부분을 챙겨주고 배려해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가난한 취약계층들을 화재 등의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보호해야할 의무는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사회단체, 기업 등에서도 재난취약 계층이 함께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저소득 소외계층의 안전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그들의 안전복지가 향상됐을 때야 비로소 국민소득 2만 달러시대에 진입한 선진 국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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