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한전에 ‘전기공급 약관’ 개선 요청
촛불을 켜놓고 잠을 자던 조손(祖孫)가정에 불이나 할머니와 손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과 관련, 전기공급 체계에 큰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3시 50분께 전남 고흥군 도덕면 주모(60)씨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기온이 뚝 떨어져 이불을 껴 덮고 자던 중 새벽에 손자가 소변을 볼 때 촛불을 켰다가 끄지 않고 잔 게 화근이었다. 이 불로 주씨의 아내 김모(58)씨와 외손자(6)가 숨졌다. 주씨도 얼굴 등에 화상을 입었다.
불은 30㎡ 크기의 목조 주택 내부를 모두 태워 8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 20여 분만에 119에 의해 진화됐다.
이 가정은 지난 10월 30일부터 한전에서 전류제한 조치를 당했다. 지난 6개월간 전기요금 15만7740 원이 밀렸기 때문이다. 전류제한을 당하면 20와트 전등 2개, 25인치 TV 1대, 150ℓ 냉장고 1대를 쓸 수 있는 전기량만 공급된다. 사용량이 220와트를 넘으면 차단기가 내려져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된다. 그러나 숨진 김모씨 가족은 이를 전기차단으로 알고 촛불을 켜고 생활해왔다.
주씨는 경찰에서 “전류제한기가 어떤 것인지 전기 차단 해제 리모컨을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한전이 전류제한 조치를 한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는 고흥 조손가정 촛불화재 참사와 관련 한전 측에 전기공급 약관을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전남도는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 중단을 삼갈 것과 혹한기와 혹서기 전류 제한기 설치 유예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주문했다. 현재 전류 제한기 설치 유예기간은 혹한기인 12월에서 2월까지로 이를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로 연장하는 것이다.
또 전기료가 3개월 이상 체납된 가구 현황을 매달 통보해줄 것도 한전 측에 요청했다. 행정기관과 한전 간 체납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교환 규정이 없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전남도는 현재의 체납명단을 지난 7일 건네받아 각 시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전으로부터 통보받은 자료에는 지난 21일 촛불 화재로 숨진 고흥의 조손 가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촛불 화재가 발생한 세대에는 지난달 30일 전류 제한기가 설치됐지만, 수집된 자료의 기준일이 지난달 22일이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이와 함께 각 시군에 가구주의 갑작스런 사망, 행방불명, 화재 등으로 생계 곤란을 느낄 때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 시스템을 가동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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