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정전사고 인재(人災)로 판단
138개 품목 966개 부품 안전성 입증 안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광 원전에 이어 고리 원전 3·4호기에도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5일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을 상대로 실시한 ‘국가핵심기반시설 위기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총 7개 분야에서 34건에 달하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 가운데에는 위조부품 사용에 대한 감사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수원 고리2발전소(3·4호기)는 지난해 7월 A업체와 2차 기기 냉각해수펌프 등 9건(109억5천만원 상당), 같은 해 9월 B업체와는 디젤엔진용 실린더헤드 등 2건(4억7천만원 상당)의 물품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A업체는 공인기관의 직인을 임의로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시험성적서 83건을 위조해 136개 품목에서 961개 부품을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B업체는 구매시방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소재로 실린더헤드를 제작하고, 공인기관의 시험 결과치가 기준에 미달하자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2개 품목의 5개 부품을 납품했다. 감사원은 두 업체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이번 감사를 통해서는 지난 2월 발생한 고리1호기 정전사고가 인재라는 사실이 또다시 입증됐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은 지난 2007년 4월 고리1호기 원전 사고 이후 발전기 이중화 등 보완조치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하지만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이 계획을 백지화했으며, 관련 규정을 어기고 계전기 2대를 동시에 가동해 전원이 차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의 결과발표 이후에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3·4호기에도 시험을 거치지 않은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3·4호기의 소화수 펌프용 제어패널의 내진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부품은 원전 주요 장치에 해당하는 ‘안전등급’ 설비는 아니지만 원전 화재 시 소화수 펌프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장치로, 내진 시험을 거쳐야 한다.
시민단체, 원전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 실시해야
이와 같은 사실이 발표되자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원전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원전 규제기관들이 그동안 실시한 점검에서 이 같은 문제를 밝히지 못한 만큼, 시스템 전체에 대한 안전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감사원 감사는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점검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라며 “원전안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내진설계 적정성, 원자로 압력용기 건전성 등에 대한 점검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는 “감사결과에 걸맞게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번에 다루지 못한 안전점검을 철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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