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소홀, 허술한 제도,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

지난 14일 울산 앞바다 방파제 축조공사현장에서 바지선(항만공사에서 모래, 토석 등의 자재나 준설토 운반에 이용되는 배)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후 7시13분경 울산항 북방파제 제3공구 축조공사 현장에서 2,600t급 바지선인 석정36호가 기상이 악화되자 안전해역으로 이동을 시도하던 중 선체가 기울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선 중이던 선원과 해상근로자 24명이 바다로 추락했다. 이들 중 12명은 긴급출동한 해경에 구조됐으나 7명은 사망하고 5명은 실종됐다. 해경이 18일 현재 잠수요원을 동원하는 등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추가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늦장 대피에 피해 확산
해경과 관계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번 사고의 원인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를 종합해보면 허술한 관련 법제도, 안전불감증, 소홀한 안전관리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울산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석정36호는 1984년 일본에서 건조됐으며, 높이 80m가 넘는 크레인과 콘크리트 타설 장비인 천공기가 설치돼 있다. 23년간 일본 내 각종 해상작업에 쓰이다가 2007년 3월 지금의 선주인 A사가 수입했다.
수입 당시는 6개의 천공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지난 4월에는 천공기가 3개였다가 지난 7월 이 공사장에 투입될 때는 5개로 늘었다. 즉 작업선 자체도 낡은 상황에서 천공기를 뗐다 붙였다하는 등 임의로 구조 변경까지 한 것이다. 때문에 선박 안전에 위험성이 더 높아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임의 개조·사용이 가능한 이유는 관련 법규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석정36호는 무동력선이라 선박안전법상 선박 검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육상의 천공기같은 건설장비로 규정하기도 애매해 건설기계법상 건설기계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상 법적 기준이 없는 무등록 장비인 셈이다.
한 조선해양 전문가는 “과도하게 장비가 설치돼 있어 해상에서 중심을 잡기도 어렵고 무게에 따른 하중도 상당했을 것”이라면서 “또한 사고 작업선이 법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제도적인 허점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사고 당시 울산 앞바다는 기상이 좋지 않았다. 이에 석정36호는 사고 7시간 전부터 피항을 준비했다. 헌데 피항을 준비하면서 바다에 내린 5개의 닻을 끌어올리는 등 장비의 보전에만 주력했을 뿐 근로자들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이에 따라 피항작업 전 근로자와 선원부터 대피시켰다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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