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주사기 사용 법적 강제화 필수
의사, 간호사, 병원 청소근로자 등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주사기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실 의료 종사들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감염성이 있는 혈액이나 체액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다. 또한 주사바늘이나 날카로운 의료기구 등에 자상사고를 입어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상당하다.
실제로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개 병원에서 날카로운 칼이나 주사기 바늘에 찔린 ‘자상사고’는 2,277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해당 사고 근로자의 B형 간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125건, C형 간염 의심사례는 78건이 접수됐다. 특히 에이즈 감염이 의심되는 사고도 9건이나 발생한 바 있다.
직종별 발생률을 살펴보면 인턴이 29.5%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는 청소원(5.3%), 간호사(5.2%), 진료조무원(4.3%), 전공의(3.8%), 임상병리사(2.9%)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사고의 대부분이 주사바늘에 찔려 발생하지만 이와 관련된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데 있다.
2011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주사침 상해관련 연구결과에서도 전체 주사침 상해의 약 77%가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로 나타난 바 있다. 그만큼 자상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주사기의 사용이 시급한 것이다.
안전주사기는 의료진들이 약물투여 등을 위해 주사기를 사용하면 이후 자동으로 주사침이 주사기 안으로 들어가 주사바늘에 긁히거나 찔리는 일이 없게 만든 것이다. 즉 안전주사기를 사용하면 자상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혈액매개 질환감염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안전주사기는 의료 종사자들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의료계에서는 비용증가 등의 이유로 사용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안전주사기 사용 규정이 권고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보니 이를 이행하는 의료기관을 찾기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혈액노출사고에 대비해 보호장갑, 마스크 등 기본적인 보호장구를 착용토록 하는 수준의 안전관리만을 하고 있다”라며 “특히 안전주사기는 일반주사기에 비해 단가가 10배 이상 높아, 의료기관들이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안전주사기 사용을 의무화하는 한편 재정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환자가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응급실부터라도 안전주사기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안전주사기 사용을 의무화한 병원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사립대병원 가운데 중에서는 처음으로 병동 및 응급센터 등 모든 부서에서 안전주사기를 사용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건양대병원은 전국에서 국립 전남대병원에 이은 두 번째, 사립대병원 중에선 처음으로 안전주사기를 사용하게 됐다.
박창일 건양대 의료원장은 “세계적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정적 부담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안전주사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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