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 36호 사고 분석 결과, 공기 3분의 1로 단축
“건설회사는 공사비 감축과 공기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나, 근로자들은 위험 상황에서도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지난 14일 울산항에서 발생한 석정36호(방파제 축조 시 하부 콘크리트 작업선)의 전복을 바라보는 산재추방운동연합의 시각이다.
건설현장의 무리한 공기단축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석정36호 사고가 일어나면서 24일 현재까지 6명이 사망, 6명이 실종됐다. 24명의 승선원 중 12명이 당일 구조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 사고는 안전관리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건설업의 저가낙찰과 무리한 공기단축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연장 1㎞의 방파제 축조공사 추정금액은 2,390억원이다. 하지만 H건설은 2011년 10월 1000억 80만원에 공사를 수주했다. 절반도 안 되는 42%에 수주한 셈이다. 더구나 3방파제 공사는 연약지반 문제로 다른 구간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이었다.
석정36호는 H건설의 하청업체인 S건설이 연약지반 보강 공사를 맡으면서 현장에 투입됐다. 공사금액이 79억원인 이 공사의 계약상 공기는 올해 1월12일부터 2013년 5월30일까지다. 하지만 석정36호는 올해 6월에 현장에 투입돼 사고 때까지 97%의 공정률을 보였다. 6개월만에 17개월 공사를 다 해버린 셈이다.
석정36호는 22일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고 당일 3차례의 피항 권유에도 이를 무시하고 현장에서 버티다 사고를 당했다.
산재추방운동연합 측은 “덤핑수주를 만회하기 위한 다단계 하도급, 무리한 작업강행, 열악한 작업조건, 안전조치 불이행, 해양오염 등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들이 사고조사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관급공사인 이 현장의 현실이 이렇다면 다른 공사는 더 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산재추방운동연합은 “근로자들은 위험 상황에서도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죽을 것 같아도 일하라고 하면 일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인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건설현장의 저가낙찰과 무리한 공기단축이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 사고는 이에 따른 전형적인 사고로 평가되면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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