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 FB 직업건강안전연구소장
지금과 같은 동절기에 산업현장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요통과 어깨통증 등과 같은 근골격계질환(WMSD, work-related musculoskeletal disorders)이 바로 그것이다. 낮은 기온 때문에 인대는 물론 힘줄, 근육 등이 수축되거나 긴장되기 쉽고 이런 상황에서 부절절한 자세로 작업이 계속될 경우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골격계질환은 우리 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주고 있을까.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09년 6,234명, 2010년 5,502명, 2011년 5,077명 등 매년 5천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전체 업무상 질병자 중에서 근골격계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도 2009년 71.5%, 2010년 70.5%, 2011년 70.1% 등으로 매년 7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직업병 외에 작업관련성 질환의 약 88~89%를 근골격계질환이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제조업 등의 직종에서 주로 발생하던 양상이 사무직에서도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위해 빈틈없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다양한 직종으로 확대되어가는 작업 관련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부담작업(job survey)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평가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물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평가를 계속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관심과 실천의지, 근로자의 적극적인 동참, 적절한 예방교육과 훈련 등이 반드시 요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How vs What’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how’가 아니라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What’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영자라면 해서는 안될 일, 할 필요가 없는 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관련해서도 정확하게 드러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근골격계질환 예방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설비·장비·도구 등의 개선방법으로는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쉽지 않다. 근로자의 행태와 습관의 변화, 그리고 적극적인 실천의식이 확보될 때 근골격계질환은 예방이 가능한 것이다.
적절한 휴식시간과 예방 체조도 피로회복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일터에서 주어진 노동부하에 대한 체력적인 부담과 이에 따른 근로자들의 고통은 정신적인 부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가 ‘How vs What’의 방법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공동체 전체의 건강, 생존 그리고 성장이다. 경영자는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또 회사의 한 구성원이기도 하다. 이에 경영자들은 근로자들의 강점을 발굴해 경영에 반영하는 활동에 적극나서야 한다. 특히 사업장 구성원 모두의 안전보건을 책임지는 일도 마땅히 해야 한다.
경영자들이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일터, 더 일하기 좋은 근무환경은 반드시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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