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캡 미설치 등 허술한 배관관리가 사고 원인

구미 불산사고(2012년 9월 27일), 상주 염산사고(1월 12일)에 이어 지난 15일 또 다시 청주에서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상주사고가 난지 불과 3일 만의 일이라 당국의 허술한 화학물질관리체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9시53분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3공단의 한 휴대전화 액정 가공업체에서 불산 혼합액(불산 8%, 황산 13%, 물 79%)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점검 작업을 하던 근로자 주모(28)씨가 흘러나온 용액에 노출돼 눈 등에 화상을 입었다.
다행히 방독면과 내산복, 내산장갑, 내산장화 등 안전장구를 착용했기 때문에 큰 부상은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업체측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주씨가 점검을 하던 중 넘어지면서 펌프배관 연결부위에 부딪치면서 발생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탱크연결배관이 파손됐고, 이로 인해 탱크안에 보관하던 약액 2,500ℓ(불산 8%) 중 1,500ℓ가 작업장 바닥으로 쏟아졌다
이날 사고는 주씨가 불산 용액 밸브를 바로 잠가 더 큰 피해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사고 후 공장 측은 소방호스를 이용해 용액을 자체 폐수처리장으로 흘려보냈고, 소방당국은 화학차와 펌프차 등 소방차 7대와 구조·구급 인력을 현장으로 긴급 출동시켜 남아 있던 2.5t의 용액을 공장 내 폐수처리장으로 옮겼다.
그 결과 사고 직후 금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이 실시한 공장 경계선 불산 농도측정에서는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 과실 확인 시 사법처리
현재까지 알려진 경찰과 관련 단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 역시 그 원인이 안전불감증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탱크 연결부위를 사람이 부딪히는 정도의 충격에 쉽게 파손될 정도로 약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펌프배관 연결부위는 PVC(폴리염화비닐) 재질로 만들어졌다. 강철 재질로 접합 부위를 용접할 경우 오히려 불산에 녹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체는 이런 점을 감안해 PVC 펌프배관 연결부위 위에 덮개를 설치한다. 헌데 해당업체에는 이것이 없었다. 이에 대해 업체의 한 관계자는 “PVC접합부위가 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충격을 견딜 수 있는 보호캡을 씌웠어야 했는데, 미처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또 사고 당일 오후 긴급회의를 마련한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회도 이런 의문에 공감을 표했다.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파손부위가 충격에 약한 PVC재질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시설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현재 경찰은 사고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자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있던 근로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안전수칙 준수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 재해자 주모(28)씨도 치료가 끝나는 대로 불러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안전관리와 시설관리에서 문제가 확인되고 과실 여부가 드러나면 사법처리를 검토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