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최대 4조원의 건보 재정 손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가 산재보험을 이용하지 않고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5년간 최대 4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손실액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산재인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가천의대 연구팀은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산재보험 미신고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손실 규모 추정 및 해결방안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건보재정 손실비용은 최소 2,285억원에서 최대 6,671억원으로 추정됐다. 여기에는 근골격계질환, 심뇌혈관계질환 등 직업성 질병의 치료를 위해 소요된 비용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직업성 질환에 소요되는 비용이 건보재정 손실에 미치는 영향이 적게는 38.3%에서 많게는 82.1%까지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경향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계속될 경우 모든 직업성 질환에 의한 재정손실규모만 최소 1조4,620억원에서 최대 4조2,67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아야 할 상당수의 환자가 건강보험을 이용해 치료받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하지만 건강보험의 경우 보장성이 낮아 재해자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처럼 공상처리가 이뤄지고 있는 원인으로 개별실적요율제도를 꼽았다.
보고서는 “현재 산재보험은 해당 사업종류의 일반요율과 함께 산재발생에 따른 보험금 상승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하는 개별실적요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보험료가 증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껴 산재를 은폐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보고서는 “산재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사전승인절차를 폐지하고, 별도의 절차 없이 재해자가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업성 암 인정비율 프랑스의 1/50 수준
한편 산재인정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직업성 암의 산업재해 인정 비율이 프랑스의 1/50 수준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직업성 암 산재 인정’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기준으로 직업성 암 인정을 받은 재해자는 31명으로 조사됐다. 산재보험 가입자가 1,399만3,582명인 점을 감안하면 10만명당 0.22명에 불과한 것이다.
아울러 이는 프랑스(10.44명), 벨기에(9.86명), 독일(6.07명), 이탈리아(5.15명), 덴마크(4.98명), 스위스(3.51명) 등의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다.
보고서는 이 같은 차이가 산업재해의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증 책임은 근로자에게 있다. 유럽 국가들이 등재제도와 비등재제도를 함께 도입해 이중으로 점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등재제도로 직업성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의 목록, 최소 노출 기간 등을 규정하고, 비등재제도로 개별 사례를 검토해 업무 기인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더라도 보다 개방적인 사고로 인정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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