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대피 등 기관사 책임, 1인 승무제 개선 시급

지난 18일로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됐다. 이날 참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대구시민들은 참사 10주기를 맞아 시내 곳곳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다.
추모식에서 희생자의 유족들은 한 목소리로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아픔이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간절한 바람과 달리 지하철 안전관리 실태는 여전히 미흡한 실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력 감소로 적절한 사고 대응 불가
대구지하철 참사 후 전국의 모든 지하철 객차 내부는 모두 불연성 내장재로 교체됐다. 또 전동차 내·외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사고발생 유무를 즉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유독가스에 질식하지 않도록 방독면 등을 비롯한 인명구조 장비 등 각종 안전시설도 대폭 보강됐다.
이처럼 시설은 사고 후 10년 동안 상당히 개선됐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사고 발생시 이를 기반으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역사 내 안전 등을 담당하는 역무원은 2007년 2,448명에서 현재 1,835명으로 6년 동안 613명이 감소했다. 또 지하철 5∼8호선을 운영 중인 서울도시철도도 같은 기간 1,826명에서 1,677명으로 줄었다.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함에도 오히려 지하철역 근무인력을 줄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이런 실상은 참사가 발생한 대구도 마찬가지다. 2개 노선을 운영 중인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경우 현재 전체 59개 역에 근무하는 역무원은 615명으로 1개 역당 평균 10.5명꼴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역당 평균 12.1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하철 운영사측은 스크린도어 설치 등 시설 개선으로 인해 과잉 인력을 감축했다고 해명했다.
1인 승무제 개선 시급
참사 당시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하여 화재를 재앙으로 키운 기관사 1인 승무제 문제 역시 10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메트로가 운영 중인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하철이 1인 승무제를 고수하고 있다.
1인 승무제는 인력부족으로 갑작스런 안전사고 발생 시 적절한 대처가 어렵다는 문제점 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장시간 홀로 근무함으로 인해 기관사들에게서 공황장애 등 여러 정신적 질병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한 기관사는 “화재사고 발생 시 지하철과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1명이 어떻게 화재 진압부터 승객 대비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민영화, 철도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적
최근 철도를 대상으로 정부가 진행 중에 있는 민영화도 철도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는 지난 1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 안전을 위협하는 공공부문 민영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들은 “철도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바로 민영화”라며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기업이 공공부문에 진출하면 안전을 소홀히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9일 민영화를 전제로 철도 관제관을 철도공사로부터 분리시키는 내용의 철도산업발전 기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19일로 입법예고 시한이 지나 이제 국무회의만 통과하게 되면 개정안은 시행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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