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VS 부주의
안전불감증 VS 부주의
  • 김광석
  • 승인 2010.04.14
  • 호수 47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 그러나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대형사고 그리고 안전 불감증과 부주의로 인한 ‘인재’라는 오명. 대한민국은 왜 그런 것들로부터 늘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이란 말은 사전에 없다(아마도 언론에서 만들어낸 신조어 인 듯하다). 굳이 해석하자면 ‘안전 감각이 둔하거나 익숙해져서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안전 불감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뿌리는 근대화기에 있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와 6.25동란을 겪으면서 모든 것은 황폐화 되고 부서져 버렸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시절부터 군부독재기와 산업화를 거쳐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오늘날까지의 성장에너지에는 다름 아닌 “빨리 빨리”라는 조급성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 같다.

근대시기 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이 조급성으로 인해 안전은 늘 뒷전이었고, 안전에 대한 의식은 점차 둔해지고 별다른 느낌을 가지지 못하면서 현재에까지 이른 것이다.

결국 오늘날의 안전불감증은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집착한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건축물을 신축하는 것만 보아도 그러하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세운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탄탄하고 환경친화적이며, 고풍스러운 멋까지 아우르고 있다. 거기에 고집스러운 장인의 얼까지 첨가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와우아파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 대형 건축물과 구조물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과거 우리의 성장 원동력이었던 그 조급성에서 비롯된 안전불감증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끊임없이 안전불감증이란 조어가 언론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서울 숭례문 방화사건, 이천 물류창고 화재, 부산 사격장 화재 등 어느 한 사고에서도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부주의(不注意)는 어떤 것인가? 조심을 하지 아니한다는 말이다. 이 또한 경제 성장 속에 묻혀 있었던 것들이다.

부주의는 평소 간과해도 문제없이 지나칠 수 있다. 또 그렇게 지나친 부주의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주의한 일상들이 사고로 이어지게 되면 예측하기 어려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소방방재청에서 발표한 2009년도 전국 화재발생건수는 총 47,318건이며, 이중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8.1%인 22,763건으로 화재 원인의 첫 번째로 꼽히고 있다. 이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2009년 844명의 사상자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듯 안전불감증과 부주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覆水不返盆(복수불반분)은 이미 엎질러진 물은 쟁반에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주(周)나라 초기의 정치가이자 공신이며,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시키고 제(齊)나라의 시조가 되었던 강태공에 의해 생겨났다. 어려운 시절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곁을 떠났다가 재상의 신분에 오르자 다시 찾아온 부인에게 물을 엎지르며 그릇에 물을 도로 담아보라고 한 데에서 유래한 말이다. 한번 저질러진 것은 복구할 수 없으니 무슨 일이든 신중을 기하라는 뜻이다.

과거의 조급증이 우리를 세계 속의 경제대국으로 키워 놨다면, 그 부산물인 안전불감증과 부주의는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경제력을 하락시킬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안전에 관해 무뎌진 의식과 부주의를 다잡아야 한다. 한 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다는 강태공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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