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소방관의 길
다시 찾은 소방관의 길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0.04.28
  • 호수 49

김형수 대전동부소방서 화재조사 1주임 소방위
4월 21일 오후 9시 대전동부소방서. 시내 곳곳은 어둠이 내려앉아 적막함이 감돌고 있었지만 이곳은 환한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소방관들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 격무에 고단할 법도 하것만 어느 소방관 하나 주의를 흩트리는 이가 없다. 화재조사 1주임 김형수(45) 소방위도 이런 소방관 중 하나다. 1988년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래 오직 이 한길만을 꾸준히 걸어온 그다. 출동한 사고 건수만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베테랑 소방관이지만 그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시범 훈련 중 추락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었던 것.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화재조사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로프 레펠 시범 도중 안전사고 나

 

화재진압 업무를 거쳐 구조대로 배치를 받은 지 딱 10년이 되던 해인 2000년. 김형수 소방관은 불조심 강조의 달 11월을 맞이하여 시민들에게 인명구조시범을 보이는 행사에 참여했었다. 당시 그가 맡은 일은 건물 5층 높이의 굴절차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었다.

훈련과 각종 현장 출동을 통해 충분히 숙달된 레펠이었기에 그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로프에 몸을 싣고 뛰어내렸다. 하지만 시범의 시작과 동시에 그는 엄청난 당혹감에 빠졌다. 하강 속도를 제어하는 로프 제동장치에 이상이 생긴 것. 손으로 속도를 줄여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그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주변에 있던 동료 소방관들에 의해 신속한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진단 결과는 암울했다. 당장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신체 장기는 손상이 적었지만 턱과 코, 양 손목, 오른쪽 발목, 갈비뼈 등 신체 대부분이 파손 또는 골절됐다. 모두가 이제 소방관으로서의 생명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난 천상 소방관이다”

2년여 동안 11번의 수술이 이어졌다. 재활치료도 열심히 해 어느 정도의 일상생활도 가능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급하고 위험한 현장 속을 누비는 소방관의 업무를 감당해 내기엔 여전히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를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돕거나 구조한 시민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가 소방관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스스로 인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또 위험 속에서 제 손길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다급한 외침이 제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아 포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몸은 병실에 누워있어도 그의 마음은 동료들과 함께 화재의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이런 그의 열정은 동료 소방관들에게도 전달이 됐고, 사고발생 후 약 2년여만인 2002년 8월 15일 그는 소방관서와 동료 소방관들의 배려에 힘입어 복직을 했다.

화재조사 업무로 새 삶 시작

꿈에도 그리던 소방관에 복귀를 했으나 마음과 달리 그의 몸은 전 같지 않았다. 수술로 인해 굳어진 손목과 발목은 그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동료 소방관들은 괜찮다며 무리하지 말라고 독려했지만 그의 마음은 무거웠다.

더 이상 동료에게도 또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이름뿐인 소방관이 된 것 같았다. 낙심에 빠져 힘겨워 하던 어느 날 소방서측에서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화재의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는 화재조사 업무를 맡아보라며 배려를 해준 것.

20여년 동안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만을 담당한 그였기에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컸지만 그는 이 일이라면 다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방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국가화재조사관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소방조직과 동료 소방관들의 배려 때문입니다. 이런 큰 도움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짐이 아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김 소방위의 마지막 바람은 화재와 안전사고가 줄어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의 바람처럼 온 국민이 안전에 대한 관심을 키워 안전한 대한민국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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