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0.03.03
  • 호수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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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무시한 작업이 사고를 불러와
 
산재근로자 성낙후(59)씨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 주변을 밝게 하는 사람,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 등이 그것. 이들은 모두 그의 곁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한 벗들이 붙여준 것 들이다. 지인들은 서른 넷 젊은 나이에 산재를 입고도 그 고통을 이겨내며 극복의 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현재 장애우 중에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서예가이자 화가이자 론볼 선수다. 전신마비의 몸에도 불구,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멋진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산재근로자들에게 희망의 증거로 당당히 선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1985년, 성낙후씨는 경기도 화성의 한 LNG가스 배관 설치현장에서 H건설 소속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공사가 중반에 접어들 무렵이었던 4월의 어느 날, 그는 동료 두 명과 함께 현장에서 배관설치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있던 그때 한 트럭이 그와 동료를 향해 돌진해왔다. 갑작스런 돌진에 그들은 미쳐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트럭에 치였다. 일손이 딸리던 현장에서 무면허 운전자에게 트럭 운전을 맡겼던 것이 원인이었다.

응급조치의 개념도 제대로 서있지 않았던 1980년대. 성씨와 그의 동료들은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지도 못하고 택시에 태워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는 분명 큰 사고였건만 이상하게도 성씨에게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그래서 응급실의 의사들은 그보다 찰과상으로 피가 많이 난 그의 두 동료들의 상처에 더욱 신경을 썼다. 성씨 역시 자신보다는 두 동료의 상처가 급하다고 판단, 그들의 치료를 도왔다.
 
그렇게 3시간여가 흘렀고, 그는 자신의 몸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점차 몸이 굳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신마비환자가 되다

사고발생 하루가 지나자 전신에 걸쳐 마비가 왔다. 사고로 그의 목 신경이 뼈에 눌려있었으나 미처 이를 알지못해 치료가 늦어졌고, 결국 상황이 악화돼 졸지에 전신마비 환자가 된 것이다.
 
서른 넷 한창 나이에 전신마비환자라니 그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계단만 보면 몸을 흔들어 휠체어를 뒤집고 굴러 떨어지길 수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숱한 자살시도는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고 그의 몸과 마음의 상처는 계속 늘어만 갔다. 또한 그의 이런 삶을 포기한 행동이 계속되며 가족들의 삶도 점차 피폐해져만 갔다. 이처럼 자신으로 인해 고통 받는 가족들을 보면서 그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을 바에 차라리 한 번 살아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생각을 바꾸자 온통 흑빛이었던 세상 곳곳에서 희망이 보이더군요”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라”

마음가짐을 새로 하고 첫 번째 삶에 대한 도전과제로 삼은 것은 ‘서예’였다. 통증을 잊고,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란 주변의 추천을 받아 배우기 시작한 것. 하지만 성치 않은 몸 상태로 인해 진도는 거의 나아갈 수도 없었고, 결국 그를 가르치던 강사마저 힘들다며 두 손을 들었다.
 
그러나 성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부인과 함께 떨리는 손을 붙잡아가며 가로줄, 세로줄을 긋는 것만 1년간 연습했다. 그 결과 손의 움직임도 한결 좋아졌고, 서예의 기초도 탄탄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이런 노력 속에 서예실력은 나날이 일취월장을 거듭해 갔으며, 그의 도전도 종목을 넓혀가며 계속됐다.
 
서예에 이어 그가 도전한 것은 서양화, 동양화 등 회화 분야였다. 얇은 붓은 도저히 쥘 수조차 없어 보조기를 사용해 손에 고정시켰다. 남들이 일주일이면 그리는 그림을 그는 두 달, 세 달이 걸려가며 그려냈다.

“난 남들에 비해 10배가 부족하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지 10배만 더 노력하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요”

현재 성낙후씨는 서예와 회화에 이어 론볼(둥글납작한 공을 ‘잭’이라 불리는 작은 볼에 가까이 굴리는 경기)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지난 장애인전국체전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수상한 바 있지만 꼭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장애라는 한계를 벗어나 아름다운 도전을 계속하는 그의 삶 앞에서 더 이상 산재가 드리운 고통의 그림자는 자리잡을 곳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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