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3.26
  • 호수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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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제12회>

“원자력 발전소라니까 공연히 두렵다. 준식인 원자력 발전에 대해 알고 있어?”

“아, 그럼요. 잘 알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알아요.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하면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데 사실은 매우 안전하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같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는 석유와 석탄이며 천연가스까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자원 자립의 초석이 아니겠어요?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니까 상당히 고무적이지요. 국민들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 준식이 원전 홍보 담당자보다 더 박식하네, 놀랐어”

두 사람은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둠이 깔리자 다시 마을의 횟집으로 되돌아 왔다.

“자, 오늘 우리 술이나 거하게 한잔해요. 광어가 참 싱싱하다. 자연산이라 그런가, 준식이 취하면 대리 운전기사 부를 테니까, 얼른 술 한잔 따라줘. 오늘따라 술이 고프네. 사촌오빠가 따라줘도 여자 술잔은 남자가 채워줘야 술맛이 나는 법이라 했으니까. 요즘 따라 내 마음이 너무 허전하구 쓸쓸해 죽겠어. 벌써 갱년기가 오는 건지”

 


“예, 드십시오. 세상맛이 쓸 때는 술맛이 달다고 했잖아요.”
“그래 맞아. 요즘 내가 세상맛이 좀 쓰거든. 그래서 술맛이 단가? 호호호”

“그래서요. 아까 낮에 말씀하시던 이야기 계속해 보시지요. 궁금하네요, 사장님!”
“나 사장 아냐. 이제 사장님이란 호칭 쓰지마. 그 보다는 준식인 내가 왜 준식 청년을 내 보디가드로 고용했으며 구인 광고란에다 ‘성씨는 장씨일 것’ 이라고 못을 박았는지 모르지. 내가 말해 줄게. 들어봐. 사실 지금의 내 남편은 극심한 의처증 증세를 지니고 있거든. 그래서 내가 사우나탕이나 백화점이나 미용실에 가서 조금만 늦어도 뻔질난 전화 호출에다 뭐다 정신없어. 그러니까 준식이 나와 성씨가 같아야하고 친척 동생 된다고 그래야 나를 믿어주지 않겠어? 안그러면 절대로 남자 기사 못두게 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지금 자기가 젊은 기집애하구 동거를 하고 있으니까 공연히 나를 더 의심하구 그래.”

준식이 그녀에게 술을 따루어 주며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숙경이가 왠지 한없이 외로워 보였다. 설사 돈은 있고 배운 것은 많은 여자이지만 인생의 아름다운 꽃 제대로 한번 피워보지 못한 채 아이도 하나 없이 서서히 시들어 가는 자신의 처지에 한없는 비애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그래서 매우 측은하기 까지 하였으며 마치 매형을 일찍 보낸 누님을 보는 그런 연민의 정이 솟구쳤다.

“자, 준식이두 한잔해. 나 혼자 마시니 정말 멋없다.”

술을 연거푸 몇 잔 마신 숙경의 눈가에는 촉촉한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준식이도 술잔을 들었다. 오늘 하루라도 술 파트너가 되어주고 싶다. 인간에게 돈만 있으면 다 행복할 것이라고 여겨온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간은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가슴에 식지 않은 사랑의 불씨가 살아 있어야 진정 행복한 것이로구나’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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