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발간·배포
고용노동부가 노동계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임금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고용부는 지난 20일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발간·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매뉴얼은 임금체계 개편 방향으로 크게 △기본급을 중심으로 임금 구성항목 단순화 △호봉제 대신에 직무급·직능급 도입 △성과가 연동된 상여금 또는 성과급 비중의 확대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매뉴얼은 호봉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가장 먼저 역설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배적인 임금체계는 근속에 따라 임금이 정기 상승하는 연공급이다. 실제로 100인 이상 사업체의 71.9%가 연공급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규모가 클수록 도입 비율도 높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에 따라 근로자간의 연공(근속기간)에 따른 임금격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직 근로자를 기준으로 봤을 때 신규자 대비 30년 경력자의 임금은 3.3배로 독일(1.97배), 프랑스(1.34배)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에 매뉴얼은 호봉제 개편과 관련해 연공에 따른 임금 상승이 생산성 증가를 넘어서지 않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직능급 임금체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직능급 임금체계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특정의 지식이나 기술 혹은 역량을 평가해 보상을 결정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직능급 임금체계 도입과 관련해 매뉴얼에서는 성장이 정체되고 승진 정체가 발생하기 시작한 기업 또는 개인의 능력향상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 기업, 개별 관리로 집단주의 문화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기업에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임금에 근로자의 직무가치를 반영하도록 하고, 임금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각종 수당을 통·폐합하는 등 임금 구성항목을 단순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과와 연동된 변동급적 상여금 또는 성과금의 비중을 늘려 근로자들이 지급받는 임금을 상승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60세 정년제 입법을 계기로 학계와 산업현장에선 현행 임금체계의 문제점과 향후 개편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어 왔다”라며 “또 개별 기업들의 경우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방법에 대한 검토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향후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사간에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강력 반발 “공무원부터 변화해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이번 매뉴얼에 대해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임금 개편안을 제시하기 전에 공무원의 임금체계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맞선 것이다.
참고로 현재 공무원은 호봉제와 연봉제로 구분해 급여를 받고 있다. 공무원의 호봉체계는 12개 직종별로 다르게 설정돼 있으며 직위별로 고정되는 고정급적 연봉제는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즉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호봉제를 적용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9급부터 공무원 생활을 10여년 이상 해온 공무원은 5급으로 입사한 신입 공무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능력 중심으로 급여를 받아야 한다면 결국 공직사회의 호봉제가 먼저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고용부 주장대로면 직무 성과와 상관없이 순전히 시험점수로 선발되고 정년까지 꾸준히 호봉이 올라가는 공무원 임금체계부터 확 뜯어 고쳐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안은 진정성도 없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도 “이번 매뉴얼은 장기근속 고령 근로자를 저임금 체계로 전환시키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정액인상 방식의 임금인상안 채택과 초임 인상, 재벌사 임원의 임금 제한, 비정규직에 대한 기본급 호봉제 도입 등의 방법으로 임금체계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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