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제13회
“준식인 의처증 모르지? 그 정말 무서운 병이야. ‘행복하소서’라는 유행어를 만든 정덕희 교수도 한 때 남편의 의처증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더라만 정말 그런 남자와 같이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몰라.
어떨 땐 눈에 살기 어린 광기가 비치고 인정사정 없는 매질. 아, 소름끼쳐. 요즘은 이십대 어린 아이하고 꿀맛이 흐르는지 좀 조용해서 이나마 나와서 술이라두 한잔 하지만, 어쨌던 누가 물어도 우린 가까운 친척 남재 지간으로 해야 돼. 알았지?”
“예. 알았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그건 그렇고 낮에 하시던 이야기 한번 들어 봅시다. 누님”
“그, 그래. 내가 어디까지 했더라?”
“저기 강릉 경포대 아니 속리산 부근 모텔로”
“그렇지. 그런데 나 오늘 좀 야한 이야기 하더라도 이해해줘.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니까, 이해할 수 있지?”
“아, 예. 그럼요. 하십시오. 제 나이가 얼만데요”
그래. 우린 그렇게 그 모텔로 들어갔어.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또 하나 하지. 글쎄 그 인간은 모텔 입구로 들어가면서 나에게 불쑥 이런 농담까지 하는 거야. 원래 모텔이란 곳은 일본 놈은 나가고 조선 놈은 들어가는 곳이라나. 난 처음 그게 무슨 소린가 했어. 그런데 그 인간은 나더러 그 말을 세 번만 해보라는 거 있지. 능청스럽게. 일본 놈은 나가고, 조선 놈은 들어 가구. 새겨보니 정말 망측스럽고 우습더라구.

준식이는 처음 들어 보는 말이라 얼른 이해를 못하다가 몇 번 되 내어 보니까 참으로 우스운 음탕스럽고 저속한 성적 비속어였다. 두 사람은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래서 우린 그 모텔 3층 방으로 들어갔지. 난 들어가자마자 술을 시켰고 이 남자를 오늘밤 끝없는 혼돈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기 위해 은근하면서도 집요하게 흥분을 시켜 놓고 거사를 하기로 한거야. 그래서 일부러 난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말하자면 ‘난 요즘 남자의 몸이 그리워 견딜 수가 없어요.’ 하는 식으로 속삭여 주었어. 더 찐한 내용도 있었지만 생략하구. 하여간 오늘밤 정말이지 황홀하게 뜨겁게 한번 해보자구 꼬신 거지. 그놈 어깨에 향수 짙은 내 목을 걸면서.
그랬더니 그 인간은 어느새 바짝 몸이 달아올랐는지 얼른 옷벗고 욕실로 들어가자는 거야. 사람이란 게 정이 떨어지면 다 그렇겠지만 난 그때 그 인간의 손이 내 몸에 와 닿으니까 정말 소름이 막 끼치는거야. 닭살이 돋구. 그러나 난 시치미 딱 떼고 미소를 던지며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는 혼자서 술을 마셨지.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캇트 칼을 꺼내 다시 확인 하고는 베게 밑에 감추어두고 그러고는 나도 옷을 홀랑 다 벗고 타올을 들고 뿌옇게 김이 서린 욕실로 들어갔어. 그는 극도로 흥분이 되어 있었고 온몸에다 비누칠을 하여 마구 씻고 있더라구. 난 못 본척 하구 샤워기를 틀고 내 몸을 씻기 시작했어. 그랬더니 그 인간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지 얼른 내 곁으로 와서 나를 껴안고 욕실 바닥에 눕히더니 내 온몸을 핥고 빨고 마구 날뛰더라구.
남녀 간의 육체관계라는 것이 서로가 기분이 동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 그리구 특히 여자는 충분한 사전 전희와 황홀하고 따스한 애무가 있어야 흥분이 되는거구, 그래야만 즐거운 관계가 성립되는 건데 이 인간은 여자 기분쯤은 아랑곳없다는 듯 제 혼자 발정기의 짐승처럼 요동을 하고 못 견디는 거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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