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33)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너무 자주 ‘안전불감증’에 빠지는 것 같다. 지금부터 20여년을 간추려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두 번의 큰 안전사고가 있었다.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들이다. 그 참담했던 1994년도 성수대교 붕괴 사고부터 지난 2월 중순 경주리조트 시설붕괴는 20년이라는 시차가 무색할 만큼 그 두 안전사고는 많이도 닮았었다.
94년, 성수대교 붕괴 당시엔 여고생 등 32명이 추락해 숨졌다. 지난 2월 발생한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에선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등 10명이 무너진 지붕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대형 사고와 무고한 죽음이 마치 쌍둥이 형제처럼 비슷했다.
20년 전 성수대교 붕괴 당시 정부는 ‘건설재해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경주 리조트는 면적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검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이미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국민들도 대충 알고 있지만 경주리조트는 건축 허가서에 작성된 용도와 다르게 건물을 사용한 것도 문제다. 이 체육관은 운동시설로 허가를 받았다. 2009년 6월 24일 착공해 두 달 보름만인 9월 9일 완공됐다.
하지만 이 체육관은 비수기엔 운동시설이 아니라 학생 연수 등 단체 행사용으로 사용됐다. 사실상 집회 시설로 전용되고 있었지만 준공 이후 4년이 넘도록 안전점검은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 자주 벌어지는 안전사고는 관리주체나 사용자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난해 7월 해병대 캠프 익사 사고와 이집트에서 성지순례 도중 테러를 당한 사고 등도 모두 안전 문제를 가볍게 여겼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모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0년간 안전에 대한 하드웨어는 업그레이드됐지만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인 정부와 업자, 시민의 안전의식은 1994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의식과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딱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이런저런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왜 사전에 미리미리 안전점검을 하고 주의를 가했다면 왜 그런 큰 사고가 발생한단 말인가. 폭우, 폭설까지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라 하지만 그 천재지변을 피해가는 능력은 인간의 힘이다. 인간의 감성과 경험을 합치면 어떤 재난도 피해갈 수 있고 설사 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능력이고 지혜이며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다. 또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이제 머지않아 또 우기(雨期)가 온다. 올 여름 폭우량은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기가 오기 전에 농촌이나 도시 또는 산업현장 구석구석을 잘 살펴 수해피해를 사전에 철저히 막아 이재민 발생이나 공장가동 중단 같은 불행한 문제가 없기를 소망한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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