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제14회>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는 여기서 이러지 말고 방에 가서 멋지게 하자고 조금만 참고 견디라고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달랬지. 등에다 찬물을 끼얹으면서. 죽여 버리고 싶도록 미운 인간이 키스를 하려하고 몸 위에 올라오려니까 마치 한 마리의 미친개가 덤비는 것 같은 그런 혐오감과 불쾌감이 몰려와 난 얼른 욕실을 빠져나와 ‘거사’ 준비를 한 거야.
술은 마셨지만 그래도 솔직히 좀 떨리더라구. 아무리 그 인간이 나쁜 짓을 했지만 죄를 미워해야지 인간을 미워해서는 안 되는 건데 그것도 한 때는 서로 몸을 섞고 지내던 사인데 한 남자의 인생을 파멸시켜 버리려니까. 가슴이 쿵쿵 울리데. 그러면서 나는 나의 나신을 김이 뿌연 거울에 비추어보면서 아직은 젊고 아름다운 나의 몸을 응시하면서 생각에 잠겼지 이 아름다운 육체를 저놈이 마치 노리개 감으로 갖고 놀았다는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였지만 저 인간을 성불구자로 만들어 버리면 복수는 되겠지만 나에게 돌아올게 형벌밖에 더 있겠는가? 싶은 마음의 갈등도 솔직히 일더군 그래서 한참동안 눈을 감고 부처님께 기도를 하였어.
저런 인간을 꼭 잔인하게 복수하지 않을 방법을 부처님의 자비로 지혜를 주십사하고. 그러니까 다소간의 용서의 마음도 일었으나 그래도 기왕 마음먹은 것 포기할 수 없었어.
그때 그 인간은 욕실에서 나와서 담배 하나를 피워 물더군. 그러다가 얼른 담뱃불을 끄고는 맥주 한잔을 따루어 벌컥벌컥 마시고는 침대 위로 나를 끌고가 눕히고는 기어 올라오더니 다짜고짜 덮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얼른 전등불을 끄고 속삭였어. 오늘은 내가 멋진 서비스를 해줄 테니 당신은 눈을 감고 즐기기만 하라고.

그러면서 난 팔을 뻗어 베게 밑에 있던 칼을 잡은 거야. 그때 난 순간적으로 인간의 선과 악 그리고 죄와 벌에 대해서 꽤 갈등을 느끼긴 했어. 꼭 이렇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복수가 되는 건가 하구. 그런데 신이 아니고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도저히 용서하기가 힘들더라. 정을 배신한 것은 물론 재산까지 몽땅 사기해 갔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난 눈을 딱 감고 뻣뻣하게 서있는 그것을 왼손으로 잡고는 칼 잡은 오른손에 힘을 주었지. 그때 내 손에서는 그동안 쌓여온 분노와 증오심의 치솟음으로 어떤 마력이 일었어. 순간 그 인간의 남성은 피투성이가 된 채 삭뚝 잘라진 거야. 그때 난 정말 이성을 잃어버린지도 몰라. 그 인간은 아악! 하고 괴성을 지르면서 쓰러졌다가 피범벅이 된 하체를 만져보더니 황급하게 방바닥으로 기어 내려가 펄쩍펄쩍 뛰는 거야.
아~! 이 년이 이 개 같은 년이 하면서 그야말로 입에 개 거품을 물고 피묻은 손으로 인터폰 수화기를 잡는 순간 난 맥주병을 들어 그 놈의 뒷통수를 힘껏 갈겨 버린거야. 그랬더니 방바닥에 푹 꼬꾸라지더군. 난 재빠르게 옷을 챙겨입고 미리 써두었던 편지 한 장을 탁자위에 놓고는 전화 코드를 뽑아 버리고 그의 핸드폰을 가지고 황급하게 방을 빠져 나왔지. 택시를 잡아타고 강릉역으로 달린 거야.
지극히 순간적으로 발생한 사건이지만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이었지. 난 담배에 불을 당겨 택시 차창을 향해 내뿜으면서 지금쯤은 그 인간이 졸도에서 깨어나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실려 갔겠지. 미안하지만 넌 봉합 수술도 못해. 잘라진 그것을 휴지에 말아 내가 갖고와버렸으니까. 개나 줘 버릴려구. 난 눈을 감고 그 인간에게 남긴 편지 내용을 속으로 되씹어 읽었어.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