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4.16
  • 호수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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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제15회>

이 치사스럽고 더러운 인간아! 네 죄는 네가 알겠지? 난 너의 목 줄대를 끊어 그냥 죽여 버릴려다가 그래도 생명은 살려준다. 인간 기생충 같은 인간. 넌 신의 저주를 받은 거야. 이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성 인간으로 살아봐. 더 이상 약한 여성들 괴롭히지 말구.

택시 유리 창문을 열고 하늘을 향해 뿜은 담배 연기 한 줄기가 긴 꼬리를 흔들며 날아갔고 날은 이미 어두워진 저녁. 쓸쓸한 미소가 입가에 스쳤지. 어느 사이 경찰에서는 비상이 걸렸는지 강릉 역전에는 정·사복 경찰관들이 쫙 깔려 행인들과 여객들을 검문하고 있더라구.

 


난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어. 열차 도착 시각은 앞으로 20분 정도 남았구. 난 화장실에서 생각을 한 거야. 그 인간은 필경 경찰에 신고할 때 내 인상착의 옷차림을 말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경찰은 빨강색 바바리를 입은 30대 초반 여자를 검거하라고 수배령을 내렸을 것이 분명하거든. 그런 것을 미리 생각한 나는 겉과 속 색상이 다른 이중 바바리를 준비한 것이고.

그래서 흰색이 밖으로 나오도록 하여 바바리를 뒤집어 입었지. 그리고는 가방에 들어있던 롱헤어 스타일의 가발을 끄집어내어 쓴 거야. 손거울을 꺼내어 보니 사람이 달라보이구 내 모습이 아닌 것 같더라구. 그러고 있으려니 가슴은 계속 쿵쿵거리고 어느 사이 청량리행 열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 화장실까지 경찰관들이 문을 하나하나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검고 굵은 뿔테로 된 안경을 끼고 태연스럽게 걸어 나갔지. 미리 사둔 차표를 들고. 그런데 개찰구 입구에 사복형사인 듯싶은 인상 험상궂은 한 사나이가 나를 째려보는 거야. 성난 독사눈을 해가지고 소름이 끼치도록 말이야. 그러나 난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한 게 있었어. 나의 대학동기 한 명이 서울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명함을 하나준 게 있었거든, 중앙 일간 신문사 문화부장 이었는데 난 그 친구의 명함을 형사에게 주고 통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잠시 검문하겠습니다. 경찰입니다”
“뭐요? 열차가 출발할 시간인데”

“안됩니다. 지금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여 범인 검거 명령이 내렸어요”
“사건이라구요?”

“예, 신분증 좀 봐야겠습니다.”
“그렇다고 취재중인 바쁜 기자를 이렇게 잡아도 되는거요?”

“기자요? 어느 신문사에?”
기자라는 말에 형사는 약간 멈칫하는 듯 나를 다시 한 번 훑어보는 거야. 그때 난 주머니에 들어 있던 친구의 명함을 얼른 꺼내 형사 앞에 내밀었지. 신사임당 고향 취재하러 왔다면서 자, 여기 명함하나 드리고 갈께요. 수사협조 필요하면 전화하세요. 얼마든지 협조해 드릴테니, 열차가 떠나니까… 하면서 개찰구를 황급히 빠져 나갔어.

그러자 형사는 더 이상 나를 잡지 못하고 닭 쫓던 개 모양이 되어 엉거주춤하게 서있고 나는 살짝 윙크를 던지며 열차에 올라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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