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시기 등 세부안 도출에는 실패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합의점을 도출해 냈다. 다만 시행 시기 등을 놓고 이견이 있어 최종안 도출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이하 노사정 소위)는 지난 9~10일 공청회를 열고 사회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노사정 소위는 현행 68시간인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으로 총 68시간에 달하고 있는 주당 근로시간을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으로만 구성해 총 52시간으로 단축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즉,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려는 것이다.
이번 협의에서 노사정은 근로시간 단축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시행시기를 두고 입장이 갈렸다. 정부와 여당, 사용자 측은 기업규모별로 시행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노동계와 야당은 즉각 시행을 주문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먼저 고용부는 근로시간을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단계적으로 단축해 나가면서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 의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노사정 소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새누리당)은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임금 수준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적응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이종훈 의원(새누리당)도 “생산성을 올려 소득을 보존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2년의 준비기간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희범 경총회장은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규모별로 시행 시기에 유예 기간을 둬야한다”고 밝혔다. 또 김기범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기업 중 72.1%가 생산 차질 문제에 봉착하는 등 존폐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에서는 즉각 근로시간이 단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협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르면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를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다”라며 “이와 관련된 단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의원(정의당)도 “생산성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한 이후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결국 안하겠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대중소기업 근로자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법을 개정하는 즉시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 특별근로 시간 허용해서는 안돼
한편 노사정 소위는 근로시간 외에 주당 8시간의 특별근로시간을 허용하는 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대신 최대 6개월간 주 8시간까지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연속근로일수는 연 12일로 제한했다.
하지만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연장근로를 허용할 경우 과로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만들어 질 수 있다며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심 의원은 “과로사 인정 기준에 따르면 12주 동안 1주에 평균 60시간 이상 근로해야 된다”라며 “6개월 범위 내에서 60시간을 허용하자는 것은 과로사를 늘리겠다는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초안에 대해서도 “법정 근로시간 기준이 주당 40시간인데도, 지금 52시간이냐 60시간이냐를 가지고 얘기를 하고 있다”며 정부안을 꼬집었다.
이밖에도 심 의원은 노사간 합의로 8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노조조직률이 10%에 불과한 현실에서 노조가 없는 곳은 사측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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