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 통해 안전관리체계 강화해야
9종의 발암·독성물질 무분별하게 유통 환경부가 1급 발암물질이나 독성물질을 포함한 9종의 유해화학물질을 일반물질로 분류해 시중에 그대로 유통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유해화학물질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일단 일반물질로 분류된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독성이 확인되더라도 재심사를 하지 않았다.
또 예산과 인력상의 문제로 4만3500여종의 기존화학물질 중 연간 약 10종에 대해서만 심사를 하면서도 유해성의 정도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사용량이 많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화학물질을 심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발암성과 생식독성 등을 발견해 규제대상 물질로 지정한 ‘4,4-디아미노디페닐메탄’ 등 8종과 국제암연구센터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1,3-부타디엔’ 등 총 9종의 화학물질이 국내에서는 일반물질로 분류돼 연간 100톤(2010년 기준) 이상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내 사용량이 연간 285만톤에 달하는 ‘1,3-부타디엔’의 경우 2012년 6월 누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0여명이 중독된 바 있고 ‘N,N-디메틸포름아미드’로 인해 국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환경부는 재심사를 검토하지 않았다.
한편 감사원은 환경부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4년마다 국내 사업장에서 취급하고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통량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는 화학물질을 수입 또는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유해화학물질 취급자의 미등록·무허가 등의 실태확인과 사후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 자료를 정작 사업장 관리·감독에는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환경부의 유통량 조사를 활용해 226개 사업장에 대한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46개 사업장에서 유독물 영업 미등록(17개), 유독물 수입 미신고(26개) 등의 법 위반사례가 확인됐을 정도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통합관리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 현재 화학물질확인명세서 접수와 유독물 수입신고는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가 담당하고 있으며, 유독물 영업등록은 각 지방자치단체, 취급제한·금지화학물질의 수입 및 영업허가는 지방환경청이 각각 관장하고 있다. 이처럼 관리체계가 분산돼 있다보니 화학물질확인명세서만 내고 관련 허가 등을 받지 않은 채 유해화학물질을 유통해도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선 지자체의 유해화학물질 관리도 부실했다. 부산 기장군은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A업체를 ‘자율점검업소’로 지정해 2009년부터 정기점검을 부당하게 면제해줬다.
현행 법에 따르면 상수원보호구역 내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사업장은 자율점검업소로 지정할 수 없는데도 이를 어긴 것이다. 감사원 확인 결과 A사는 크롬폐수를 방류하고 있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 등 관련부처에 유해성 심사가 필요한 화학물질을 심사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라며 “특히 유해화학물질이 국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관련 법·제도 등을 개선해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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