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안전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안전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4.23
  • 호수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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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모의 세상보기(35)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단순한 국내 대형선박 해상사고가 아니라 전 세계 5대양 6대주를 뒤흔든 충격이었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후방으로 도망간 부대장 같은 얼빠진 세월호 선장의 기막힌(?) 행태는 그야말로 오대양을 누비며 오늘도 멋진 항해를 지휘하는 수만 마도로스(matroos)들의 자존심을 멍들게 한 불미스런 해외토픽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좋은가? 어떤 신문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해 ‘한국의 안전시계는 멈추었다’는 절망적 기사를 실어 내기도 했다. 어쩌면 좋은가? 한 시절 국민가수 이미자가 불러 그 시대의 히트곡으로 유행가가 되었던 ‘흑산도 아가씨’라는 노래가사가 필자의 뇌리에 환청인 듯 문득 스친다.

왜? 진도 앞바다의 4·16참사현장 서럽고 안타까운 대한의 미래 일꾼들의 희생에 따른 오열과 절규 때문이리라. 수백송이 꽃 같은 예쁘고 건장한 우리네 아들딸들이 신(神)의 저주를 받은 듯한 ‘세월호’라는 선박에 갇혀 신음하고 있을 때.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

그때 그들의 심정들이 아마도 꼭 이랬으리라. 이미 과거 세월 속으로 지나갔으나.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이번 ‘세월호’사건은 1987년 당시 온 세상을 뒤흔든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 이야기와 연결이 되고 있는 듯 싶어 꺼림직 하기도 하다. 그때 숨진 32명 영혼들의 원한 때문일까?

‘카인의 후예들’ 그 끝없는 탐욕은 돌이킬수 없는 재앙을 불러왔고 그리하여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양이 되고 말았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지금에 와서 누가 누구를 원망해봐야 이미 쏟아진 물이 되었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는 이런 때일수록 ‘절망의 끝은 시작이다’라는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가 남긴 명언 하나로 우리는 모두가 새로운 다짐으로 나가야 한다.

사고 선장 등의 엄중한 사법처리와 선박회사의 불법과 비리는 정부합동수사당국에서 철저히 조사하여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고 비리로 얼룩진 그 가족들의 숨겨둔 재산을 찾아내어서 희생자 가족들에게 응분의 배상을 충분히 해야 한다.

오죽하면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세월호 침몰사건 희생자 유가족 위로 방문을 방한 스캐줄에 넣었을까. 하므로 우리는 이제 또 한 번의 절망의 터널을 넘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참사에서 두드러진 문제 하나가 바로 ‘안전교육부실’이었다. 평소 관계자들이 법 규정대로 안전교육만 잘 이수 했더라도 그렇게 큰 세계적인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그토록 분노하여 불면의 밤을 지새우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라 그랬을까? 그 아비규환 틈바구니에서도 TV에 제 얼굴을 홍보하려고 마이크를 잡고 가족대표 운운하며 놀아난 약삭빠른 ‘정치꾼’도 있었다니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 마치 음식물찌꺼기 먹이를 찾아 하수구를 분주히 들락거리는 쥐새끼를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 안전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잔인한 4월이라 해도 꽃과 잎은 피어나고 봄날은 무르익어간다. 거듭 말하지만 ‘절망의 끝은 시작이다’라는 명언을 모두가 가슴에 새기고 우리는 ‘안전’이란 목적의 섬을 향해 묵묵히 노를 저어가야 한다. 신(神)은 인간에게 결코 참을수 없는 고통을 주진 않으니까.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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