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4.23
  • 호수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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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제16회>

그렇게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밤 열차를 탄 거야. 가슴이 쿵쿵거려 난 곧바로 식당 칸으로 가서 계속 맥주를 마셨어. 그리구 청량리역에 내려 가판대의 신문 하나를 사 보았더니 벌써 나의 그 사건 기사가 큼직하게 나 있더라구. 경찰에선 나를 지명 수배하고 기분이 착잡했어”

“그래서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궁금하지? 난 그 후 며칠간 서울에서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엄마 아버지 묘소도 돌아보고 가재도구랑 책이랑 옷들을 모두 정리를 하고 경찰에 스스로 자수를 했어. 자수하고 나니깐 차라리 속이 후련하더라구.”

이 대목을 이야기 하는 숙경이 입에서는 다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난 결국 중·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가 되었고 1심에서 구형5년이 내려졌는데 선고에서도 검사와 판사가 짠 것인지 모르지만 들었다 놔버리더라구. 캄캄한 절망의 골짜기에 쓰러진 거지. 항소심에서 3년 6월형으로 감형이 되었어. 그때 난 항소 담당 재판장에게 내가 갖고 있는 필력을 다하여 탄원서를 쓰면서 그 인간의 온갖 죄상을 폭로한 거야.

한 여자의 운명을 전락시켜 버린 그 자의 비양심과 파렴치한 사기행각 일체를. 그런게 아마 항소심 재판에서 참작이 많이 되었나봐. 합의서가 붙지 않았는데도 3년 6월로 형이 줄어든 것을 보면.

대법원 상고 포기를 하고 형이 확정되어 청주여자전용교도소로 갔지. 나는 그 곳에서 5개월 정도 감형으로 가석방 출소를 하였는데 그때 정말이지 눈물어린 빵을 첨 먹어 본거야.

 


“교도소 무섭지 않아요?”
“아니야. 사회에서는 교도소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좋지 않는 사람들만 가두어 놓은 곳으로 알고 있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만 않아. 좋은 사람, 착한 여자도 상당했어. 순간의 실수나 남자관계 또는 사업의 실패, 카드 사고 등 그곳 사람들은 별별 사연을 안고 있는 사람이 참 많았어.

특히 내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는 한 비운의 여주인공이 있었는데 그때 그 언니의 나이는 마흔살, 5년째 살고 있었는데 서른다섯에 구속이 된 거야. 기가 막힌 일 아니야. 남다른 지성과 교양을 갖춘 여성이었지. 스물다섯,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직.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쩌다 자기보다 스무살이 더 많은 부인과 사별한 중년 남자를 사귀었고 그만 그 남자의 후처로 시집을 간거야.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될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지만. 그 때는 그 남자가 너무 좋아 부모 형제들이 그렇게 말려도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더라는 거야.

그 남자의 좋은 직장 잘생긴 인물 여유있는 재산, 겉으로 좋은 위선적인 매너 등등 이런 것으로 그 남자는 그 언니를 꼬신거구. 그 언닌 부모 형제들의 거센 만류에도 ‘내 인생 내가 사는 거야.’ 하면서 가족들을 뿌리치고 매정하게도 그 남자를 따라간 거래. 말하자면 고집 센 신데렐라가 된 거지. 중병 걸린 시아버지에다 사춘기에 접어든 전실 딸도 있구 그런 가정환경에서 발생한 갈등과 스트레스, 그것은 결국 그 가정의 파멸을 예고한 전초전이 된 거야. 남편의 잦은 외박과 폭음. 거기에다 나이가 어리고 예쁜 아내에 대한 극심한 의처증으로 발전된 모양이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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