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5.21
  • 호수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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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20회> 


나는 그 대학생들이 남기고 간 그런 그림과 시 또는 좋은 경구와 성인 만화 등을 정성스럽게 두해 동안 모아 가지고 출판사에 의뢰하여 책을 내었어.

우리 집에 지금도 몇 권 남아있지만 그 책의 제목을 ‘어느 학사 주점의 낙서’라고 붙였더니 그게 또 대단한 인기를 끌었어. 젊은 지성들의 번뜩이는 지혜와 재치, 유머와 위트가 가득 담긴 재미있는 책이 되었던 거야. 교수들도 내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칭송하면서 선물한다고 책을 많이들 구입해 가더라고.

아무튼 나는 그때 그 가게영업과 책 출판을 통해서 돈을 꽤 많이 벌었으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터득한 거야.

그 중에서 내가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어느 대학생이 남긴 시 중에서 이런 시가 하나 있었는데 제목은 기억에 없지만 아마 러시아의 ‘에스프론’이던가 하는 시인의 시일 거야. 그 끝 구절이 유난스레 내 가슴을 때렸어.

내 행복 또한 한 때는 / 사랑의 날개에 비쳐지고
아름다운 구름은 / 영광과 환희를 잉태하고 있었으나
아, 기쁨도 즐거움도 / 괴로움으로 바뀌어
내 희망인 아름다운 꽃은 / 꽃잎조차 흩어져 / 바람 속에 펄럭인다.

마치 내 운명을 빗대어 쓴 시 같기도 하고.

이들은 대리 운전기사를 불러 차를 타고 정자를 지나 꾸불꾸불 해안도로를 따라 기름 부어 축복된 땅이라는 그 도시로 들어가고 있었다. 숙경은 여전히 술에 취해 있었고 의처증 남편으로부터 너무 잦은 전화가 와서 아예 배터리를 뽑아버린 채. 옆에 앉은 준식의 무릎에 손을 얹고 있었다.

 


“나 비록 전과자라는 오명은 붙어 있어도 결코 후회는 없어. 어디 취직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국회의원 시의원 같은 거 출마할 일도 없으니까. 안 그래 준식이!”

“아, 예. 그럼요. 그리고 이제 지난 일은 다 잊으셔야지요.”

“그래. 잊어야지 잊어야 하고말고.”

한참을 달리다가 숙경이 대리기사 더러 어디 한적한 곳에 차를 좀 세우라고 손짓을 했다. 잠시 후에 솔밭이 있는 백사장이 있는 곳에 기사가 차를 세우자 용변이 급하다면서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주위가 너무 무섭다며 준식에게 좀 따라와 지켜 달라고 손을 잡아끌었다.

이날 저녁 따라 달빛은 유난히 훤했다.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모처럼의 달빛아래 서서 저만치 소나무 밑 그늘에서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황급히 볼 일을 보고 있는 여인의 엉덩이는 마치 어린 시절 시골집 지붕 위의 박덩이처럼 그렇게 허옇게 보였고 노총각의 가시권 안에 앉아 폭포수를 쏘아 대는 요란한 생리현상의 소리를 내고 있는 여인의 엉덩이... 청각과 시각의 결합으로 그만 준식의 기분이 이상했다. 남성 본능적 욕망이 바지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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