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와 별도로 지금 세월호 참사와 사회 구석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건, 사고 등으로 나라 전체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서민 생활에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소리들에서 제일 먼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택시기사들의 욕설 담긴 불만소리에서 그런 것을 체감한다. 그래서 대통령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그래서 나라 전체가 우울증에 걸린 상황이다.
여야 정치권도 그렇고 사회분위기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 TV뉴스 보기가 불안하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럴 때 뭔가 하나 겨레의 등짝을 후려치는 죽비 같은 뉴스가 터져야 하는데… 가령 김정은이 갑자기 쓰러졌다든지, 아님?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시원한 마음의 폭포수가 보이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칙상 이럴 땐 스포츠가 만병통치라는 생각이다.
특히 대~한민국! 이라는 함성파도를 이루는 축구가 그렇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이여, 자네들의 땀과 피와 혼으로 시들어가고 있는 이 나라 대한민국의 사기를 좀 살려라. 해먹어도 너무 해쳐먹은 인간들은 쥐새끼들 마냥 숨어 버리고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자리인 국무총리 후보자도 탐욕의 덫을 뛰어넘지 못한 채 걸려서 낙마했고… 참 더럽게 허탈한 세상이다만 한국축구야!
너만이라도 이 나라 5천만 국민들 민심을 결집시켜주고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 좀 맛보여 줄 순 없겠니? 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믿는다. 그들의 다리 힘!
우리 축구대표팀이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마지막 전지훈련인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오르며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본격 항해를 시작했다.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한국은 마이애미에서 베스트11을 확정하기 위한 ‘생존 경쟁’을 벌인 뒤 오는 10일 아프리카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12일 결전의 땅 브라질에 입성해 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적응훈련을 한 뒤 18일 오전 7시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H조 첫 경기를 벌인다. 홍명보 감독은 “(세월호 참사로) 침체된 대한민국에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렇다. 침체된 대한민국에 희망의 불씨를 안고 그들은 떠났다. 남은 모든 국민들은 오로지 그들 태극전사들의 용맹과 투혼을 기대한다. 우리의 축구역사는 때로는 놀라운 신화를 이루었고 경이로운 전설을 남겼다.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 꼴씩 터질 때마다 집집마다 골인!의 함성의 터져 나왔고 울던 아이들도 울음을 멈추고 TV를 응시했다. 어떤 가족들은 서로 부등켜 안고 눈믈을 흘린다.
그것이 축구란 놈의 매력이고 위력이다. 대~한민국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저력 있는 스포츠 민족이다. 그러므로 이번 월드컵 축구가 멋지게 치러져 사기가 땅에 떨어진 국가 국운의 융성을 다시 일으키는 활력소가 되어주기를 손 모아 기원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길 거듭 소망한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