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6.04
  • 호수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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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22회>

“응. 내가 대구에서 전통찻집 할 때 그 건물의 주인이 지금 남편이 된 거야. 우연하고도 묘한 인연이었지. 그런데 이 사람은 오로지 돈과 여자 밖에 몰라. 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한창 부동산 붐이 일 때 건달들 끼고 법원 경매물 잡아 떼돈을 벌었나봐. 지금 대구, 울산에 빌딩만 몇 개씩 갖고 있거든.

말하자면 부동산 졸부지. 난 처음에 미국유학까지 하고 왔다고 해서 꽤나 인텔리인가 싶었어. 그런데 전부 구라더라고. 어느 날 나를 가게 싸게 준다고 속여 술 먹여 호텔로 끌고 가서 자기 후처로 만든 남자야. 하기야 속아서 끌려간 내가 바보였지만... 내가 어떨 땐 마음이 울적하여 시라도 몇 줄 습작하고 있으면 시가 밥 먹여 주느냐고 핀잔을 주면서 돈이나 벌 연구를 하라고 윽박지르는 거 있지.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는 스물세 살 먹은 경리 기집애 하고 살림을 차리고 정말 기가 막혀 죽겠어. 진정한 사랑이 없는 부부생활이 얼마나 삭막하고 한심스런 삶인지 몰라. 준식이! 돈이 도대체 뭐야? 돈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날뛰는 인간들 보면 왜 저렇게 사는가 싶어. 인간이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말이야.”

“예, 맞습니다. 저도 대학 다닐 때 교수님께 톨스토이가 한 말을 의미심장하게 들었던 기억이 나요. ‘돈은 분뇨와 같다. 잘 뿌려지면 땅이 기름지고 잘못 뿌려지면 고약한 냄새만 풍긴다’라는.”

 


“그래 톨스토이 말이 맞아. 아까도 말했지만 돈은 물론 필요한 거야. 또 소중한 거고. 그런데 그게 잘못되면 온갖 사건 사고도 거의 다 돈 때문에 생기는 일들 아니겠어. 그런데 난 이상하게도 돈보다는 학창시절 때부터 그랬지만 문학을 사랑하고 글 잘 쓰는 남자가 더 좋았어. 얼마나 고결해 보여.

그런데 불행하게도 내가 만났던 남자 모두 문학과는 거리가 먼 평생 책 한 권 안보도 돈만 지독히 밝히는 수전노들이었어. 그 또한 내 운명이겠지만. 준식인 세계적 고전 시인들 중에 누굴 제일 존경해?”

“예. 저는 옛날 중국 시인 중에는 두보, 독일 시인 중에는 헷세 그리고 프랑스 시인 중에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하는 시를 쓴 구르몽을 존경하는 편입니다.”

“야, 준식이 문학 수준 대단하네. 역시 문예 창작전공자 답군. 그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혼은 참으로 고결하다 했어.”

“누님은 특별히 좋아하는 시나 시인이 있나요?”

“응, 나도 헷세나 구르몽도 좋지만 청춘이란 시를 쓴 독일 출신 ‘사무엘’이란 시인을 존경하고 있어. 그 분이 남긴 시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오지. 내가 여고 다닐 때 수첩에 적어 외우고 다녔던 구절인데...

‘때로는 20세 청년보다 / 70세 노인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는 사람이 늙지 않는다 /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 가지만 / 열정을 잃으면 마음이 시든다’

어때 참 좋은 시지? 시도 역시 옛날 고전시들이 명시가 많아. 프쉬킨의 ‘삶’이란 시나 릴케의 ‘기원’ 같은 시는 수백 년이 가도 얼마나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맞습니다. 요즘 세태의 시들은 좀 경박한 시들이 많더라고요. 시인 자기 혼자 지껄이는 언어들로써 독자들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게 쓴 시들이 많아요.”

“롱펠로우의 시도 얼마나 심오한가, 그치. 또 사무엘의 ‘청춘’ 너무 좋은 시야.”

“아, 그러네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니까 늙어가도 이상을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가 강하군요.”
“그래. 읊을수록 깊은 감명을 느끼는 명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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