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노조의 자주적 활동 제한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노사교섭이나 노무 관리 성격의 업무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타임오프제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헌재가 사용자 편향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민주노총이 타임오프제가 노동 3권과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의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참고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등에 따르면 노동조합 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또 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도 하지 못한다. 다만 사측이 동의할 경우 근로시간 면제한도 내에서 유급으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노조법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에 해당하는 업무인 교섭과 고충처리, 산업안전의 활동이 사용자의 노무관리 활동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타임오프제는 노조의 자주적 활동을 제한하고, 사용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들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를 원칙적으로 노동조합 스스로 부담토록 해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토록 하고 노조활동을 일정 수준 보호·지원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입법적 조치를 통해 노사 분쟁을 미리 예방·해결할 수 있으므로 입법 목적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서는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노조 전임자 제도가 갖는 순기능을 살리고자 도입된 것”이라며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노조법 조항들이 노사 자치의 원칙 또는 청구인들의 단체교섭권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에도 위배 안돼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이 국제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의 한 관계자는 “국제노동기구협약 제2조 제1항은 근로자 대표에 대하여 그 지위나 활동을 이유로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고, 근로자 대표가 직무를 신속·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은 적절할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에 대한 절충안으로 타임오프제가 도입된 이상 노조법 조항이 협약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는 “국제노동권고 제143호 ‘기업의 근로자 대표에게 제공되는 보호 및 편의에 관한 권고’의 제10조를 보면 ‘적절한 편의’에 ‘근로시간 면제’가 포함되고, 합리적인 제한이 가능하다라고 규정되어 있다”며 “노조법 조항이 협약의 권고에도 배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현장투쟁으로 빼앗긴 권리 쟁취할 것”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하며 현장투쟁을 예고했다.
지난달 29일 민주노총은 브리핑을 통해 “타임오프제 합헌 판결은 사용자 편향적인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강력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노사관계는 사업장마다 매우 다양해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외하곤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법으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시키고, 타임오프라는 방식으로 최소한만 지급해 노조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노총은 해외사례와 달리 국내 타임오프제는 그 취지가 변색됐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국내 타임오프제는 노조 활동시간의 상한선을 규제해 오히려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제도로 악용돼 왔다”며 “타임오프는 국제기준에도 위배되고 근로자들의 자주적 단결을 보장하는 헌법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악법으로서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민주노총은 현장투쟁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쟁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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