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사상자 29명 발생

전남 장성에 위치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요양병원에는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관련 법규 개정 등을 통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0시 30분께 전남 장성군 삼계면에 위치한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효사랑병원) 별관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0여분만에 진화됐지만 인명피해는 상당했다. 간호조무사 1명과 치매노인 20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는 등 대형 인명사고가 난 것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난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화재 시 초기 대응에 필요한 소화기는 잠금 장치된 사물함에 보관돼 있었다. 즉 초동대처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아울러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60~90대 고령의 환자들이 많아 대피가 용이하지 않았던 데다 새벽시간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잠을 자던 환자들이 화재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질식사한 것도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관리인원 턱없이 부족
지난달 26일 고양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의 경우에도 화재초기에 스프링클러나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인명피해가 최소화되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효사랑병원의 경우는 이조차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취약자 생활시설에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사고가 발생한 요양병원 건물의 경우 규모가 작아 법적 의무대상에서 제외됐다.
소방법상 의료시설의 경우 지하층, 무창층 또는 4층 이상 규모 건물의 바닥면이 1000㎡ 이상일 경우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효사랑병원 별관은 바닥 면적이 877㎡로 기준에 약간 못 미친다.
관리 인원이 적은 것도 문제가 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현재 요양병원의 의료인 정원은 1일 입원환자 40명당 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이다.
하지만 화재가 난 별관에는 79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없고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2명만 근무중이었다. 특히 희생자가 몰려 있던 2층에서는 34명의 환자를 간호조무사 1명이 관리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안전점검 부실
효사랑병원은 지난 5월에만 두 차례의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부실 투성이었다. 두 번 모두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전남 장성군청에 따르면 화재 참사가 발생한 효사랑병원에서는 5월 초순과 중순께 두 차례에 걸쳐 안전점검이 실시됐다. 지난달 8~9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효사랑병원은 소방설비와 재난 위험요소 대비 등에 대해 ‘모두 적합하다’고 보고 했다.
이어서 21일 실시된 2차 점검에서도 1차 점검에서 특이사항이 없어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안전점검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야 정치권, 소방당국도 대책마련에 분주
한편 유사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치권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안종범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지난달 30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요양보호사가 부족한 탓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제대로 대피시키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안 부의장은 “요양보호사의 경우 전국에 130만명의 자격증 취득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26만명만 활동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선다면 이번 사고처럼 관리인력이 부족해 피해가 커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장성요양병원화재참사조사단도 “참사가 발생한 병동에 간호조무사 1명만 근무하는 등 관리부실이 있었다”며 “의료법 위반 사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6월 중에 요양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소방안전시설 유지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에 나설 것”이라며 “부처간 협업을 통해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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