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소방방재청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지난 1일 공방을 벌였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방조직을 해체하려 한다며 반대의견을 내놓자 여당인 새누리당이 소방조직의 위상을 강화하는 조치라며 반박한 것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동선대위원장 및 최고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대통령 담화 발표 이후 8일 만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입법예고했는데 화재현장과 응급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온 소방조직을 해체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원내대표는 “한 일선 소방관의 호소에 어제까지만 6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의 청원 성원이 이뤄졌다”며 “소방관은 국민을 위해 기꺼이 손과 발이 될 수는 있지만 행정 관료의 손과 발이 될 수 없다는 말로 119소방관의 편지는 끝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소방방재청은 그동안 재난안전 분야에서 국민의 신망이 있어왔던 조직”이라면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중시돼야 한다는 것인데도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를 묵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현직 소방관인 A씨는 지난달 31일 인터넷에 ‘소방 해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이를 통해 A씨는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이 입법예고 됐는데 묵묵히 일 잘해온 소방이 해경과 같이 1계급 강등되고 없어지면서 해체·흡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군인, 경찰관, 소방관은 사기가 생명”이라며 “소방관의 최고 계급인 소방총감을 없애고 제복 공무원의 자존심을 짓밟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국가안전처 내 소방본부장 계급은 1급(소방정감)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현재 소방방재청 수장은 차관급 정무직 또는 소방공무원으로 임명하게 돼 있다.
특히 그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소방관이 국가안전처장이나 차장에 임명돼 지휘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바꾸고 안전 관련 예산을 확대해달라”고 청원했다.
한편 전국 전·현직 소방관들의 모임인 소방발전협의회는 지난 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침몰하는 소방, 국민 여러분의 구조를 기다립니다’라는 제하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협의회는 “인원이 부족해도, 장비가 낡아도 국민 여러분의 명령이라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며 재난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라며 “국민 여러분의 안전 지킴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소방관을 지켜주십시오”라고 밝혔다.
또 협의회는 “소방은 하나된 조직체계로 국가직화돼야 한다”라며 “현장대응 인력 증원과 낡고 부족한 장비의 현대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정부 “기능 축소가 아닌 강화”
이에 대해 여당과 정부는 반박하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일각에선 소방조직의 기능과 위상이 축소될 것이라 얘기하지만 그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오히려 소방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소방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윤 총장은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소방은 차관급 조직에서 장관급 조직으로 확대 개편되고 소방본부장에게는 군경 현장지휘권이 부여된다”며 “또 중앙119 구조본부 등 소방조직 기능과 인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특히 국가안전처 차관을 소방방재청 출신으로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소방조직의 위상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며 “새누리당도 연말에 예산 심의 시 낙후된 소방장비를 교체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 역시 소방조직의 기능과 위상은 오히려 확대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행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안전처 장·차관에 소방직이 임명될 수 있어 소방방재청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장 출동 인력 등을 대폭 보강하는 등 소방 기능을 확대하는 계획이지 축소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