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41)
안전불감증이 빚은 세월호 참사는 국민적 충격이고 역사적 슬픔이었다. 아직도 실종자를 다 찾지 못하고 있으니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그러나 언제까지 좌절 속에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안전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재검토하고 이제부터라도 차원이 다른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오래된 안전불감증 습관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안전의 혁명을 열어야 한다.
얼마 전 한 칼럼리스트가 안전문제와 관련해서 이런 글을 쓴 것을 유심히 읽었다.
『위험이 생겼을 때 막연한 상식에 의존해 반사적으로 하는 행동은 도리어 화를 키울 수 있다. 안전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여야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일반인뿐 아니라 안전담당자 교육마저 부실한 실정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서울시 등 10개 지방자치단체 재해담당 공무원의 방재교육 이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의무교육 이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47.4%, 가장 낮은 곳은 11.1%에 불과했다.
민방위훈련도 유명무실하다. 한남대 행정정책대학원 ‘민방위 교육훈련의 개선방안’ 논문을 보면 훈련생 설문 결과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답변이 83.9%에 달했다. 김현택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험을 통해 몸에 새겨져야만 평소에도 위험 요인을 잘 의식할 수 있고 사고 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안전을 생활화하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은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법에 규정된 안전 보건 수업을 실시한 초중고교는 전체의 36.4%(2013년)에 불과했다.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교사들이 비전문가여서 매뉴얼만 읽어주는 수준에 그치는 게 다반사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던 안전 관련 내용 비중도 36쪽에서 8쪽으로 크게 줄었다.』
이게 사실인가 싶어 필자가 확인을 해 보았더니 사실이었다. 이 모든게 다 ‘설마’라는 안일에서 발생하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요즘 시중에서는 ‘설마’가 ‘악마’를 잉태한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자, 여기서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입으로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무슨 방안은 없을까? 있다. 가장 효과적인 건 대학수능시험 문제에 ‘안전문제’를 비중있게 출제하는 것이다. 가령 지금까지 5문제 정도였다면 열배정도 늘려서 ‘안전’만이 대학을 갈 수 있는 ‘안전문’을 여는 것이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각인시키자는 것이다.
그리되면 싫어도 안전공부한다. 그리되면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이며 온 국민들에게 안전의식은 졸고 있는 불자(佛者)의 등짝에 내려치는 노승의 죽비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전국에 “이제 안전공부 안하면 대학 못간다”라는 인식을 새롭게 강화해 나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학교 안전교육이나 민방위교육도 전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앞에 우리는 구경만 해서는 안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께서도 최근에 모단체 특강을 하면서 안전 없이는 절대로 초일류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렇다. 그러니 대입시험에서 안전을 살리는 길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리되면 자연적으로 안전문화는 살아날 것이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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