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23회>
이들이 탄 벤츠가 숙경의 집 앞 도로에 닿자 라디오에서는 9시 뉴스 속보가 전해지고 미국 특파원의 숨가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혀 있던 가나 무역 통역관 김선일 씨가 결국 피살되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뉴스 특보였다.
그 다음 날이었다.
“이봐요. 준식이 집이 너무 멀어 출퇴근에 지장 많지? 저쪽 문간방이 비어 있으니까 공연히 먼 길 다니지 말구 저 방에서 기거를 하도록 하지”
사실 준식도 어머니가 병 치료차 서울가고 텅빈 아파트에 혼자 생활하기가 적적 하던 차 속으로는 잘 되었다 싶어 쾌히 승낙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준식은 그 이튿날부터 그녀의 집에 동거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숙경의 마음 한 켠에서는 남편의 의처증이 다시 발동할까 싶어 그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준식을 가까이 두고 싶은 욕망으로 그런 두려움쯤은 누를 수가 있었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처럼 속으로는 이 기회에 차라리 이혼을 해버리고 보헤미안처럼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돈을 무기로 자기는 딸 같은 어린 여자 아이와 동거까지 하면서 아내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그러면서도 가끔씩 찾아와 온갖 트집과 구타로 비인격적인 행동을 하는 남편이란 사람이 정말이지 미웠고 증오스러웠기 때문이다.
거기다 자신은 아직 남자를 멀리 하기엔 너무 뜨거운 정념의 불꽃을 억제하기 어려웠고 불쑥불쑥 본능의 욕구가 치솟아 견디기 힘든 이성의 그리움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인 마흔 한 살의 원숙기에 접어든 나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녀에겐 여유가 풍부한 경제력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남자들처럼 밖으로 나다니며 외도를 할 수도 없는 여건이고 독신녀들이 즐긴다는 수음(手淫)이나 어떤 기구 따위로 고독을 해소하고 타는 영육의 갈증을 풀어내는 길이 그렇게 쉽지가 않아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던 중에 흑기사와 같이 나타난 멋진 남자 장준식. 겉으로는 누가 봐도 친 오누이 같은 이 두 사람이 한 집에 기숙을 하게 된 며칠 후, 그날은 초저녁부터 천둥번개 소리가 요란했고 방금 굵은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음침하고 울적한 날이었다.
파출부 아줌마도 마침 시아버지 제사 때문에 일찍 퇴근을 해버렸으며 거기에다 때마침 남편이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기 때문에 숙경은 이날 밤을 아름다운 죄를 짓는 절호의 기회로 작정을 한 것이다. 준식을 자신의 안방으로 초대한다.
말은 초대였지만 사실은 욕정에 굶주린 중년 여인의 뜨거운 유혹이었고 강렬한 에로티시즘의 몸부림이었다. 그녀의 안방은 온화하면서도 매우 잘 꾸며져 있었다. 준식으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하고 우아한 가구장식, 최고품의 가전제품, 영화 스크린 같은 대형 벽면 TV화면에 압도가 되었다. 이태리제 고급 화장대 옆에는 그녀가 대학졸업 때 찍은 사진인 듯 사각모를 눌러쓴 사진 한 장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으며 상당한 미모를 지녔다.
그러나 방 어느 구석에도 남편이랑 같이 찍은 사진은 물론 남편의 캐리커처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것은 그만큼 그녀가 남편을 사랑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대형 비디오 스크린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없는 농도 짙은 오리지널 포르노 영화가 돌아가고 방 한가운데는 고급 양주상이 차려져 있었다.
진한 화장에다 불란스제 타브 향수 냄새로 노총각의 후각을 진하게 자극하며 속살이 비칠듯한 야한 드레스를 걸친 그녀의 출렁이는 젖가슴과 엉덩이는 매우 육감적이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율동을 하여 준식으로 하여금 침을 삼키게 하였으며 야릇한 현기증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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