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 前서울시민안전체험관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두 달이 가까워오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슬픔과 절망사이를 오가는 피해자 가족을 속절없이 지켜봐 왔다. 어린 목숨을 떠나보내고 반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국가 개조에 대한 결의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수 십 년간 몇 번이고 되풀이 됐던 반성이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기억은 2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1993년 10월 10일, 여객선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원인과 대책이 지난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였다. 배가 출항할 때부터 좌우로 요동치는데도 구명복을 착용하라는 안내 방송조차 없었다. 그 당시에도 모두들 이 지경이 된 나라를 부끄러워했다.
다음해 1994년 10월 21일 아침 한강을 가로 지르는 성수대교가 끊겨 출근길에 32명의 목숨이 강물에 가라앉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다시 들끓었고 한강 둔치에는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부실공사 추방을 선언하는 위령비가 세워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인 1995년 6월 29일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붕괴시작 후 45초 만에 5층 건물이 지하 2층까지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501명이 사망하고 6명이 행방불명, 937명이 부상당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실시공과 증축 시공이 사고를 불렀다. 더구나 사고 전날 5층 천장에 금이 가고, 사고 당일 현장조사를 나온 건설회사가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하다 화를 자초했다.
이번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앞서 일어난 사고와 모든 면에서 닮아 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우리사회 곳곳에 스며든 요령과 편법 만능주의가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는 과거 대형 사고의 충격과 교훈을 세세하게 머리에 담았다. 하지만 그렇게 깊이 새긴 다짐에 얼마 안 돼서 이끼가 덮인 것은 아닐까. 속으로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했던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우리보다 앞서간 나라들이 200년 걸려서 이룩했던 것을 단기간에 따라 잡기위해서 무리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생략했고, 건너뛰기가 미덕인 양 칭송되는 분위기에 젖어왔다. 생략했던 것들이 지금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인적재난은 성장의 업보이기도 하다. 이런 재앙들은 여러 분야에서 동시 다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원자력발전시설이다. 노후화된 원전에 사고가 발생하면 체르노빌원전 사고에서 보았듯이 그 참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두렵다.
이제 안전 후진국의 굴레를 벗어날 때가 됐다. 우리의 개조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슬픔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개조 되어야하고 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이 혁명 수준으로 개조되어야 한다. 안전의식 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오지 않으면 더 큰 세월호가 찾아올 수 있다.
세월호의 슬픔은 너무나도 크지만 언젠가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그 슬픔에서 지혜를 얻어야 할 것이다. 이 슬픔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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