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6.18
  • 호수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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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24회>


“이봐, 준식이. 내가 이런다구 날 절대로 오해하거나 음란한 여자로 보지마. 그냥 스트레스나 풀고 즐기자는 거야. 술 한잔 하구 알았지?”

방안의 농염한 분위기에 잔뜩 긴장된 준식은 얼른 술에라도 취하고 싶었다.

“예예. 알겠습니다. 제가 감히 누님을 어찌” 말끝이 흐려졌다.

“자, 한잔 받아. 이거 백년도 넘은 불란스 포도주야.”

보석같이 예쁜 크리스탈 잔에 따루어진 적갈색 포도주는 마치 숙경의 입술에 진하게 그려진 흑장미색 루즈색과 흡사하게 보였다. 두 사람은 술잔을 마주했다. 그러다 갑자기 숙경이 자, 잠깐만 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얼른 일어나 고급 샹드리에로 된 전등의 스위치를 내리고는 화장대 서랍에서 굵은 금빛 양초 한 개를 꺼내 와서는 라이터로 불을 밝혔다. TV화면에는 여전히 뜨거운 장면이 연출되고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두 남녀의 가슴은 묘하게 뛰고 있었다. 몇 잔인가 술이 오고 갔다.

“준식이! 난 솔직히 금욕주의자는 아니야. 다만 뜨거운 육체를 지켜주는 정신적인 무장이 되어 있을 뿐이지”

 


얼른 듣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그녀의 말에 답변할 자료를 구하지 못한 준식의 시선은 자꾸만 본능적으로 스크린의 야한 장면으로 쏠리고 있었다. 염치없게도 아랫도리가 뻐근해 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현상이리라. 성 불구자가 아닌 이상

“어때. 나 오늘 준식이 앞에 무장해제를 하구 싶은데, 호호호. 인간은 남녀 간에 정상인 이라면 누구나 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속으론 다 숨은 욕구가 있잖아.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하고 다 즐기면서 마치 자기는 아닌 척 옷도 안 벗고 용변도 안보는 천사처럼 그런 내숭떠는 여자들 많지. 난 그게 싫더라구. 그런 여자가 바람이 나면 죽는지 사는지 모른다잖아”

촛불에 반짝이는 숙경의 물기어린 눈빛에 진한 교태가 묻어나고 있었다. 스크린을 뒤로 하고 앉았던 숙경이 방석을 슬쩍 옮기면서 영화 재미있어? 하면서 준식의 옆으로 바싹 다가와 앉았다. 그 때 영상화면에서는 그 옛날 로랜스가 쓴 차탈레이 부인의 사랑 스토리와 비슷한 발가벗은 남녀가 대낮 정원에서 비를 맞으며 뜨거운 정사를 치루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준식인 외설인가 명작인가?로 끊임없는 시비를 불러 일으킨 이탈리아 작가 로렌스의 ‘차탈레이 부인의 사랑’을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겠으나 제 견해로는 결코 외설이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남녀의 잠재된 성욕구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낸 그 시대의 과감한 정사 노출 아닐까요? 코니와 멜로즈 라는 그 소설의 주인공을 통해 성의 자유를 연출시켜 독자들을 흥분시킨 명작이라고 봅니다.”

“그래,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쩜? 저봐. 저게 바로 가식을 벗어버린 인간의 참모습 아니야? 얼마나 멋있어. 서양 사람들은 저렇게 솔직하고 화끈한 데가 있어 그치? 하기야 우리나라도 이제 중고생들도 상당수가 범람하는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를 통해 얼마든지 섹스 영화를 본다잖아.”

“아, 예. 그렇대요.”

준식의 표정이 다소 어색해진다. 그리고는 화장실을 물었다. 8폭 동양화로 그려진 병풍 뒤쪽을 숙경이 안내했다. 어느새 준식의 바지는 찢어질 듯 텐트가 우뚝 세워졌고 숙경의 몸은 온 몸의 열기가 모두 배꼽 아래로 퍼지고 있는 듯 했다. 화장실에 들어간 준식은 버릇처럼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소변을 보았다. 철판이라도 뚫을 듯한 그의 오줌 줄기는 요란한 폭포 소리를 내었고 뜨겁게 달구어진 그의 남성은 위풍당당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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