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6.25
  • 호수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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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25회>


어릴 적이었다. 자다 일어나 눈을 감고 요강을 찾는데 옆에 누워계시던 할머니가 얼른 요강을 갖다 내주면서 아이고 내 새끼 고추 좀 봐라. 세상에 호랑이도 잡겠네! 아이고 내 새끼 고추 크기도 하지하며 마냥 즐거워하시며 팽팽하게 오줌이 찬 이것을 마구 주무르셨지. 그렇던 고추가 세월 속에 자라나 어느새 큰 바나나보다 더 크게 영글었구나하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준식이 불끈거리는 남성을 팬티 속에 밀어 넣고 나오자 숙경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숙경의 남편 박 사장은 외국만 나가면 아내의 휴대폰이 아닌 집 전화로 수시로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대개의 여자들이 바람을 피울 때는 주로 남편의 외국 출장 기회를 이용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터라 그녀의 남편도 그렇게 의심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이것이 의처증 있는 남자들의 공통 증세이다.

숙경이 전화를 끊으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젊고 고운 기집애 끌고 외국 여행이나 하니 얼마나 좋을까 미친X. 너하고 다시 잠자리를 하나봐라. 숙경이 얼른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녀 역시 소변을 마치고 자신의 잔뜩 부푼 여성을 샤워기로 씻으면서 여중시절 외가댁에 갔을 때 외할머니가 이웃집에 사는 해녀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 따 왔다는 양남 앞바다의 싱싱한 전복을 사와서 죽을 끓여주신 기억이 떠올랐다.

야야 숙아. 여자 보신에는 전복죽이 최고란다. 이거 많이 고아 묵으면 여자는 아랫배 힘이 세 져 가주고 아(애)도 쑥쑥 잘 놓는 기라. 그래 가주고 옛날에는 젊은 여자한테는 음기가 세진다고 이 전복을 못 묵도록 한 적도 있었데이. 하지마는 할매는 오늘 우리 이쁜 외손녀 줄라고 이래 살아있는 싱싱한 전복 안 사왔나. 실컷 묵고 가거래이.

그 때 큼직한 바가지에 담겨 꿈틀대고 있던 그 산 전복이 꼭 지금 자신이 세척하고 있는 그것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니까 새삼스럽게 읍촌리 외할머니의 곱고 단아하시며 자애로우시던 그 모습이 눈에 아롱거린다. 그렇다. 자연의 생물들도 인체, 특히 성기와 닮은 것이 많이 있구나하고 미소를 머금었다. 송이버섯도 남성의 그것과 닮고.

“술 더 하고 싶어?”

“아, 아닙니다. 취할 것 같아서요”

“취하면 어때 운전할 일도 없는데”

그녀의 눈가에 접히는 주름살 속에 야릇한 색풍이 일었다.

“지금은 성 개방 시대야.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성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어. 원하지 않는 성관계는 성유린이고 성폭력이지만 말이야. 안그래?”

그녀는 묻지도 않는 말을 혼자서 하고 있다. 젊은 청년 앞에 서슴없이 하는 이 말의 뜻은 무엇을 뜻함인가 그녀는 와락 준식에게로 다가와 포옹을 원했고 입술을 내밀었다.

 


준식은 잠시 생각했다. 흥분한 여인의 뜨거운 이 유혹, 마치 성냥불을 그어대면 폭발이라도 할 시너통 같은 여인의 열정을 이대로 받아 들여야 하나? 그러나 지금 순간은 그런 이성적인 것보다는 현실이다.

“뭘 그렇게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어 준식이”

“아, 아닙니다.”

그는 숙경을 와락 끌어안았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입술은 엉키었고 두 사람의 혀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꿀보다 더 달콤한 타액이 샘물처럼 솟아 나왔으며 숙경은 알 수 없는 비음을 계속 토해 내었다. 그리고 백년 묵은 불란스 포도주 향기와 함께 여성 특유의 단 입 냄새가 계속 풍겨 나왔다. 의학 박사들이 말했었지. 여자가 극도로 흥분할 때는 입에서 달콤한 향기가 베어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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