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도 체중 측정이 필요하다
위험에도 체중 측정이 필요하다
  • 승인 2014.06.25
  • 호수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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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를 추진해 가다보면 유해위험요인이 무한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실상 사소한 위험까지 포함한다면 모든 위험성을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현재의 위험을 모두 처리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위험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제거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셈이다.

모든 위험에 대응할 수 없다면 큰 위험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위험을 적당히 처리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위험을 찾아내기 위해 위험의 크기를 측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위험의 크기를 측정하는 것은 위험의 체중을 측정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체중 측정에 해당하는 것이 위험성평가다. 그런데 위험성평가를 시행하는 일이 단순히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위험성평가 접근방식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안전보건은 지금까지 위험한 것은 모두 대응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했던 탓에 위험성의 크기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아왔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안전보건대책으로 전혀 현실적이거나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비로소 위험성평가가 중시되기 시작하고 있다. 위험성평가에서 위험성이라는 것은 허용할 수 있는 위험성과 허용할 수 없는 위험성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대책이 필요한 위험성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위험성도 있는 것이다. 예컨대 돈이 없는 상태라도 ‘조금 부족하다’한 경우에는 절약하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지만, ‘빈털터리’가 되면 견딜 수 없어 뭔가의 대책이 필요한 것과 동일하다.

위험성평가도 마찬가지다. 위험의 크기를 판단해 사소하거나 허용할 수 있는 위험은 견디는 반면 참을 수 없는 위험은 대책이 종료될 때까지 작업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안전보건대책을 정할 때에는 사전에 위험성평가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재해의 심각성(중대성), 발생가능성을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령 작업장 바닥에서 넘어졌을 경우 무릎이 까지는 정도의 부상을 입는가 하면 자칫 잘못하여 머리를 다쳐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위험성평가에서 또 어려운 것은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의 크기까지를 특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두 곳의 작업장에 재해의 심각성 정도가 동일한 유해위험요인이 있다고 해도 위험성의 크기가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위험성평가를 하는 것은 이같이 다양한 불확정요소에 좌우된다.

그리고 위험성평가에서는 평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위험성평가를 통해 예측된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위험성이 어느 정도 감소될 수 있을지를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위험성평가는 산업안전보건분야의 메가트렌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위험성평가가 법제적으로 정비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위험성평가에는 유동적 요소가 많다 보니 이해와 준비가 부족하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런 모습이 여러 군데에서 보이고 있다. 무슨 일이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외형이나 실적에 얽매인 나머지 내실을 기하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랜 산고 끝에 탄생한 위험성평가를 옥동자로 잘 자라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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