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27회>
“일본 애정소설의 대명사 격인 그 양반은 실낙원이라는 소설책을 써내고 영화까지 제작되어 유명세를 떨치자 연예전문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지 아마”
“무슨 말을 했는데요?”
“응. 불륜일망정 나이 차이에 관계없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워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행복이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라구 말이야.”
모처럼 뜨거운 남성의 향기에 취하고 그리고 고급스런 포도주에 취한 숙경은 이 밤을 도저히 혼자 그냥 보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막연한 허전함이 다시 밀물처럼 몰려 왔기 때문이다. 한번만 더 라는 단서를 달아 준식의 손을 잡고 다시 침대로 갔다. 한번 터진 봇물은 겉잡을 수 없는 건가? 준식은 담배에 불을 당겨 물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어쨌든 이런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튼튼하게 확립되어야 하고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의 끈을 당겨야 한다고. 그래서 군대생활 때 장군의 부인 그 집요한 유혹도 이겨낸 적이 있지 않느냐고.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사건. 보디발의 아내가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가 하인으로 들어온 요셉이란 청년을 안방으로 끌고 들어와 동침을 요구했고 요셉이 옷까지 벗기우고도 끝내 그 유혹을 뿌리쳤다가 오히려 강간 미수범으로 몰린 사건이 불현 듯 떠올랐다.

그렇다 어쨌든 나는 지금 이 여인의 욕구를 뿌리칠 수 없다. 그래. 갈 때까지 가보는 거야. 나도 자칫하면 요셉과 같은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괜히 이 여자의 감정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떤 트집을 잡아서라도 나를 내 쫓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러면 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욕정의 화신이 되어 오로지 욕망이라는 이름의 차에 몸을 싣고 달려오는 여인의 욕정 보따리에 쌓여진 육탄 공세를 막아낼 인내력도 정체성도 준식은 점점 상실하고 있었다.
여자가 노골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면 성인군자나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남자의 정신은 혼미하게 마련이다. 그것을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틀에 묶어 놓고 본능을 구속하는 것은 남녀칠세부동석을 양반의 기본자세로 생각하던 구시대적 사고의 잔재일 뿐 성의 자유와 성의 개방 물결이 춤을 추고 있는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 내가 왜 이렇게 망설이고 앞뒤를 잣대질 하고 있는가 싶은 생각도 준식을 강력히 비호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순종의 노예 같은 눈빛으로 알몸으로 누워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준식은 흥분과 희열의 입구인 동시에 고뇌의 출구인 거기 수밀도 짙은 꽃술의 꽃가루를 빨아 먹기 위해 머리 깊숙이 박은 한 마리 호랑나비가 되어 보고 싶었다.
그래. 한 마리 호랑나비. 그 나비의 현란한 입놀림과 날개 짓에 여인의 다리는 경련을 일으켰고 상체는 활처럼 휘어져 다시 절정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아이. 죽겠어. 나 죽겠어.” 행복의 통증과 더불어 또 한 번 아득한 절벽의 아래로 떨어지는 여인의 목소리 같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며 뜨거운 정사의 태풍 속에서 환희의 찬가를 부르고 있었다.
아 ~ 아! 음! 음! 사! 랑 !해.
오색찬란한 구름 마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천사처럼 그렇게 황홀하고 한없이 에로틱한 사랑 유희 춤을 추고 있었다. 희열의 진저리를 치며 진하고 뜨거운 욕망의 눈물을 흘리면서 그녀는 최고의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지금껏 나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날이 있었던가. 외로운 여자의 가슴에 뿌려진 남자의 진한 향기. 진정한 남자의 향기는 이불 속에서 난다더니 정말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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