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7.16
  • 호수 2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28회>

준식의 몸 향기가 초여름 날밤 밤꽃 향기처럼 강하고 습하게 온 방안과 온몸을 엄습했다. 남편이란 남자와 의무 방어전을 치룰 때는 끝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뒷물을 했는데 그런데 왜 이럴까. 이 남자의 체액은 단 한 방울도 씻어 내고 싶지가 않으니 이건 또 무엇을 뜻함인가?

며칠이 지났다. 그 날은 숙경의 생일날이었다. 숙경은 그날만은 남편이란 사람이 생일축하 장미꽃바구니라도 하나 아니면 축하 케익 한 상자라도 사서 보내줄 줄 알았으나 저녁 7시가 넘어도 전화 한통조차 없었다. 숙경은 속으로 매우 섭섭했다. 남자란 젊은 계집에게 빠지면 다 저런가 하고 생각을 하였다.

 


비록 조강지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엄연한 현재의 자기 부인이 아닌가 이런 때 나이 숫자에 맞추어 흑장미가 꽂힌 꽃바구니에 “나 진정 당신을 사랑하오.” 라는 생일 축하 카드라도 하나 끼워서 보내 주었더라면 이토록 서운하지 않고 감동의 눈시울이 젖을 수도 있었으련만.

그는 역시 달 때는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인가 참으로 서운했다. 숙경은 준식을 불렀다.

“사실은 오늘이 내 귀 빠진 날이야. 우리 어디 분위기 좋은 곳에나 가서 술이나 한잔하고 올까?”

“아예. 그렇습니까?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니야. 축하는”

그날 저녁 두 사람은 널따란 천연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변두리 어느 조용한 카페에 가서 고급 와인을 마셨다. 창밖의 저쪽 하늘에는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은하수의 별무리가 하얀 눈송이가 휘날리듯 쏟아져 내리고 가끔은 꼬리가 긴 유성이 날아가고 있었으며 저만치 소나무 가지 사이로 어스름한 달빛이 교태스런 몸짓을 하고 있었다.

“준식이! 준식인 인생을 어떻게 생각해?”

“인생 말씀입니까? 글쎄요.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맞아. 다 그런 거. 고생 고생하다가 성공하는 사람. 성공했다 또 실패하는 사람. 그래,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다가 나이 들고 병들면 세상을 떠나는 거구. 그래, 맞아. 호호. 참으로 우문현답이었네. 아, 오늘따라 와인의 맛이 유난히 좋다. 혀끝에 감겨드는 이 와인처럼 인생은 시고 떫고 달더라.

준식이! 맥주는 말이야 뚜껑을 열어두면 김이 빠지지만 포도주는 미리 따라두면 더 맛이 있다고 하지. 보리는 겨울의 추운 기억을 먹고 자라고 포도는 따가운 여름 햇빛을 추억한다고 했어. 그리구 맥주가 펄떡펄떡한 청년의 기운을 식혀주는 맛이 있다면 와인은 확실히 인생의 맛을 좀 아는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말 들어봤어?”

“아닙니다. 처음 듣는 말인데 그럴 듯 하군요.”

“응, 어느 영화 속의 이야기야”

숙경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담배에다 또 불을 당겼다. 정원 가로등 불빛에 반사된 그녀의 눈가에 잔잔한 눈물이 맺히는 듯 했다. 이렇듯 인간적인 외로움에 젖어 있던 그녀가 불쑥 놀라운 주문을 하는 것이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공원로 70 (대한산업안전협회 회관) 대한산업안전협회 빌딩
  • 대표전화 : 070-4922-2940
  • 전자팩스 : 0507-351-7052
  • 명칭 : 안전저널
  • 제호 : 안전저널
  • 등록번호 : 서울다08217(주간)
  • 등록일 : 2009-03-10
  • 발행일 : 2009-05-06
  • 발행인 : 박종선
  • 편집인 : 박종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보현
  • 안전저널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Copyright © 2025 안전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hkim@safety.or.kr
ISSN 2636-0497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