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 대구안실련 시민안전연구소장
지난 2012년 1월 14일 오후 8시 이탈리아 근해에서 승객과 승무원 4200여 명을 태운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좌초돼 프랑스인 관광객 2명과 페루인 선원 1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돼 294명이 사망했다. 또 연이은 수색에도 여전히 10명은 찾지 못하고 있어 온 국민과 유가족의 슬픔은 깊어만 간다. 여기서 다른 면을 한번 살펴보자.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길이 290m, 무게 11만4500톤으로 타이타닉호의 2.5배, 세월호 보다는 16.7배 무겁다. 또 선체 건조 비용이 4억5000만 유로인데 비해 인양비용은 11억 유로(약 1조5260억 원)로 두 배가 넘을 만큼 막대한 재산상 피해도 입었다. 배가 침몰되면서 많은 생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까지 발생시킨 것이다. 이처럼 큰 인명·재산피해가 난 것은 정상항로를 이탈하고 사고발생 이후 초기 대응을 포기한 채 승객을 버리고 도망간 선장에게 책임이 있다.
이탈리아 검찰은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에게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697년을 구형했다. 국내 세월호 사고에서는 선장에게 얼마의 징벌을 구형할지 주목된다.
앞선 두 사건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선장이 위기상황에서 처음부터 지휘를 포기하고 몰래 도망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해외 선박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선장의 초기 오판이 140분의 구조시간을 몽땅 날렸다’고 진단했다.
반면 기장의 빠른 판단력이 승객들의 목숨을 살린 사례도 있다. 지난 2009년 4월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 1549편 승객들은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의 빠른 판단력 덕분에 155명 전원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기장은 마지막까지 비행기 안에 남아있는 사람이 더 없는지 두 번이나 둘러보고 탈출했다.
이 같은 리더의 모습은 뉴욕 소방관인 존 살카의 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존 살카는 지난 2005년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와라(first in, last out)’라는 제목의 리더십 저서를 집필한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지는 모습, 그것이 진정한 리더의 철학이고 책임자라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두 배의 선장은 역사에 기록될 몰지각한 행동으로 직무 소명의식을 모두 저버리고 도망을 갔다. 또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정부는 현장도 모르고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직급에 따라 지휘관을 맡았다가 혼란만 자초했다. ‘지휘관 모자를 함부로 받지 말라’는 하버드대학 케네디 스쿨의 위기리더십(leadership in crises) 프로그램의 가장 기본 철학을 정부와 선장은 잊고서 우왕좌왕 하다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위기대응 행동철학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대응에 필요한 현명한 판단을 하고, 초기대응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다. 아울러 비상사태에 대비한 초동대처 매뉴얼에 근거한 행동도 취해야 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사명감이 바닥난 선장의 “나 먼저 탈출”을 보았다. 또 노후화된 선박은 불법으로 증축됐고, 화물선적 조건은 엉망이었다. 선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은 전혀 이뤄지지도 않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이들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First in, Last out’의 직업정신과 안전의식을 갖춘 책임자들이 우리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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