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가 인명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세월호 수색 현장 지원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광주 도심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54분께 광주시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 강원 소방1항공대 소속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장 정모(52) 소방경, 부기장 박모(50) 소방위, 정비사 안모(38) 소방장, 구조대원 신모(42) 소방교, 이모(31) 소방사 등 5명이 전원 사망했다. 또 사고 당시 버스 승강장에 있던 고등학교 3학년 박모(18)양이 헬기 폭발로 인한 화염 때문에 다리 등에 2도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헬기 탑승자들은 지난 14일부터 사고 당일까지 팽목항 등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수색 지원 임무를 수행했었다. 이날 사고는 광주비행장에 주유·정비 작업을 마친 뒤 이륙 후 5분여만에 발생한 것이다. 소방당국은 사고 헬기에 연료가 가득 차 있어 이로 인해 큰 폭발이 일어났고, 화염이 치솟아 탑승자들이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도심에서 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삼성동에서 민간 헬기가 아파트에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숨진 지 8개월만이다.

◇대형인명사고는 면해
사고 현장은 449가구가 입주해 있는 20층짜리 고층 아파트단지와 10m 거리도 떨어지지 않았다. 인근에는 성덕중을 비롯해 성덕고, 고실초, 성덕초, 수완고 등 학교만 5∼6곳이 몰려 있고 상가와 공원까지 있었다.
특히 사고지점으로부터 불과 10여m 떨어진 성덕중의 경우 1360여명의 학생과 70여명의 교직원이 수업을 하고 있어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박모(20·여)씨는 “시내버스가 정류장을 지나가자마자 10여 초 뒤 헬기가 추락했다”라며 “버스가 조금만 늦었다면 자칫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동진 전남소방항공대장은 “기상여건 탓인지, 기체 결함 탓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차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볼 때 조종사가 위험지역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다각도로 분석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체결함 논란이 있지만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기까지 최소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원인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광주 추락헬기에 대한 원인조사에 나선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최소 20가지 이상 기초적인 조사를 거쳐 정확한 사고원인을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항공기나 헬기 추락사고의 경우 사람, 기계, 기상, 장비, 시설, 항로 등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과 조사를 거쳐 방향이 정해지면 그 방면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락사고의 경우 숨진 기장이 베테랑이고, 기체가 도입된 지 10년 정도 밖에 안돼 기체결함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기상상황 등 돌발변수가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의 한 관계자는 “헬기사고는 직접원인과 간접원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이번 광주헬기 추락사고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가장 정확한 것은 블랙박스를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당시 소방헬기는 공군 제1전투행단 관제소와의 교신에서 이륙 후 7000피트 상공에서 비행하겠다고 이륙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700피트 높이에서 저공 비행을 하다가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진 점에서 기체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사고 당시 광주지역에 장맛비가 내리고 있던 점으로 미뤄 기상악화로 인해 헬기가 추락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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