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31회>
부들부들 떨리는 박창환의 주먹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장준식의 가슴을 다시 후려쳤다. 마치 권투선수가 샌드백을 치듯이 그렇게 다시 푹 거꾸러진 준식이
“죄, 죄송합니다. 제가 술이 취해서 그만 이성을 잃었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용서? 절대로 안돼!! 밖에 윤 기사 있나?”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박 사장의 기사인 윤 기사가 뛰어 들어 왔다.
“예,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음. 경찰에 전화해 이 강간범을 당장 잡아 가라고 해.”
윤 기사가 박 사장의 지시를 받고 거실에 있는 전화기 앞으로 급히 뛰어 나가자
“당신 사실이야? 저 놈이 당신을 겁탈한 게?!!”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생각한 남편은 다시 고함을 질렀다.
“그, 그럼요. 사실이지 왜 내가 거짓말을 해요?”
“그럼 왜 옷을 홀랑 벗고 있어, 당신이”
“아니, 생각을 해봐요. 저 칼을 들고 위협하면서 옷 벗으라는데 어쩐단 말이에요. 그래서 억지로 벗은 거죠”
박창환의 눈에는 여전히 시퍼런 질투와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고 손이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숙경이가 가리킨 칼은 만일의 사태를 위해 과일 깎는 과도를 미리 갖다 둔 것이었으며 그것이 나중에 준식의 강간죄에 따른 유일한 증거가 된 것이고 숙경에게는 화간이 아닌 강간이었다는 꾸밈의 증거가 되고.

잠시 후 출동한 경찰에 의해 준식은 현행범으로 수갑을 차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경찰 순찰차에 올라탔다. 물론 옆에 있던 칼도 강간죄 구성에 필요한 증거물로 따라갔다. 그 뒤를 따른 숙경. 그녀는 준식에게 미리 법적인 교육을 잘 시켜둔 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준식이가 만일 경찰이나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해 버리면 숙경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구속되어 5년 이하 징역을 받을 수도 있다. 비록 몸은 섞었지만 인간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 숙경은 내심 고민했다.
그래서 혼자만이 아는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경찰에 연행되어 간 준식은 짜여진 각본 그대로 욕정을 참지 못해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순순히 조서를 받았으며 숙경 역시 피해자 진술조서에서 칼로 위협 당하였고 억지로 저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한편 박창환은 그래도 의심의 끈을 풀지 않고 두 사람의 행위가 정말 강간인지 아니면 둘이서 눈이 맞아 간통을 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자가용 운전기사인 윤 기사를 경찰서 수사과에 보내 확인을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이 준식의 구속 영장 신청을 하게 되자 그제서야 안심을 하는 듯 했다. 이런 것을 두고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속담이 생긴 것인가?
이 사건의 진실은 돈으로 연하의 남자를 섹스 파트너로 만든 여자 장숙경과 그녀의 불장난에 뛰어든 노총각 장준식, 이 두 사람 밖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빛과 부나비의 관계. 그날밤 자정께 준식은 형법 297조에 의한 유기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강간 피의자가 되어 구속 영장이 발부 되었고 5일 뒤 구치로소 넘어간 것이다.
남편의 눈을 피해 매일 같이 구치소로 면회를 온 숙경은 조금만 고생을 하라고 그러면 남편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니까 그때 합의서를 넣어 곧바로 풀려 나오도록 하겠다고 위로를 했다. 그리고 약속한 보상도 꼭 해주겠다고. 그녀는 접견 서신을 써 넣고 먹을 것도 푸짐하게 사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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