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주민등록번호 전면 개편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에게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권고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주민등록번호를 행정업무에 한정해 사용 △목적별 자기식별체계를 도입 △민간부문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법령을 재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회의장에게는 임의번호로 구성된 새로운 번호를 채택할 것과 이에 대한 변경절차 마련, 목적 이외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민등록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큰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그 위험성으로부터 국민들의 정보인권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권고 배경을 밝혔다.
◇목적별 번호체계 도입
인권위는 현행 주민등록번호의 가장 큰 문제점을 불변성과 범용성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번호가 만능키로 작용하는 연결기능을 완화하기 위해 주민등록 관련 행정업무와 사법행정업무에 한해 사용토록 하고, 목적별 번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운전면허번호나 여권번호 같이 의료보험업무에는 의료보험증번호를, 연금보험업무 등에는 사회복지번호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주민등록번호 부여 필요
인권위의 권고는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인해 국민 대부분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상황인 만큼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인권위는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 등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번호체계를 무작위 난수체계의 임의번호 체계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에 대해서는 변경절차가 허용돼야 하며, 특히 추후에 새롭게 부여된 주민번호가 또다시 유출되더라도 언제든지 변경해 줄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영역에서의 허용은 주민등록 행정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업무 중에서 불가피한 경우에만 한정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아직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안전행정부 발표에 따르면 866개 법령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권고에 따르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법령 정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부가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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