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욕망(慾望)
중편소설 욕망(慾望)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4.08.20
  • 호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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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33회>

사람향기 나는 사람에게-
준식이! 고생많지? 미안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많이 망설여지네. 어쨌든 나는 어제 남편과 정식 이혼

 

을 하기루 최종 합의했어. 애정이 없는 형식상의 부부 생활은 더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어?

그리구 이런 말하면 준식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첫째 이유가 준식을 너무 사랑하고 있기 때문인지두 몰라. 하여간 약속대로 준식의 명의로 고급 아파트 하나는 꼭 사줄 테니까 걱정마. 이제 준식은 착하고 예쁜 신부감 만나 결혼해서 잘 살아야지.

난 이혼 위자료를 많이 받을 꺼야. 그 사람은 돈 많은게 고민인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당분간은 조용한 산촌 마을로 들어가 쉬고 싶어.

노천명의 싯귀처럼 어느 산골로 들어가 초가지붕에 박 넝쿨 올리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으며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그렇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도 해봤어. 준식이 내 마음 이해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

푸쉬킨이 말했었지. 인간이 진정 추구할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랑이라구. 그 뿐인가 헷세는 이런 말을 했어. ‘목숨을 걸로 사랑하고픈 사람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하다. 설혹 불륜이라는 아픈 사랑의 가시에 걸려 마음의 붉은 피를 흘릴지라도’ 라구.

그럼 난 행복한 여인인가 불행한 여인인가? 준식이! 난 어젯밤 혼자 많이 울었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이 편지 몇 번이나 찢었다가 다시 쓴 편지거든. 나의 눈물은 이미 예견된 눈물인지도 몰라. 다정(多情)도 병(病)이었나! 아님 ‘아름다운 죄’의 대가(代價)인가?

왜냐구? 놀라운 사건이 터졌어. 궁금하지? 하지만 준식이 너무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마. 그리고 아무 부담도 갖지마. 순수했던 동기였고 내가 준식을 너무 좋아해서 벌어진 ‘사건’이니까. 서론이 너무 길지? 본론으로 들어가지.

사실은 어제 남편과 이혼 합의를 하고 헤어지는데 하두 몸이 이상하고 헛구역질이 나와 내 생전 처음으로 산부인과에 갔었어. 부끄러움을 무릎쓰구. 이 나이에 남자 의사 앞에서 팬티 벗고 알몸 진찰 받는데 그건 정말 고문이더라.

그런데...그런데 말이야 나 임신이래. 난 처음 의사의 그 말이 믿겨지지 않았고 솔직히 농담이거나 오진이길 바랬어. 그런데 재차 확인했더니 간호사까지 임신이 틀림없다는 거야. 난 마치 무슨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어. 물론 준식이도 내 말이 믿겨지지 않을 거야.

나도 너무 당황스럽고 놀라 당장 낙태 수술을 해 버릴까 하다가 침착하게 생각하니까 나의 임신, 이건 어쩌면 신이 내려주신 축복인 듯싶어. 난 정말 외로운 사람이거든. 난 평소에 엄마가 아기에게 젖꼭지를 물리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

아직 한 번도 이런 말 안했지만 내 친정아버지는 한 시절 상당한 권력을 지닌 검찰 수사 권력자였어. 우리 아버진 그 수사과장이란 직위를 미끼로 억울한 사람 많이도 잡아 가두었고 부정 축재도 많이 했다나 봐. 그래서 자라날 때만해도 우리 집엔 돈도 많았지만 기이한 일들이 많았어.

원한 맺힌 사람들이었나봐. 내가 받은 협박 전화, 협박 편지만도 수도 없이 날아들었어. 가족 모두 칼로 찔러 죽이고 집을 불살라 버린다구. 그래서 난 무서워 저녁만 되면 집 밖을 나갈 수가 없었고 엄마는 우울증까지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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