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책임자 미지정·안내표기판 미설치 등 관리도 부실

선박이나 기차역 등 공공장소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동제세동기(AED)의 설치율이 낮고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로 AED는 심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멈췄을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기기로 병원 이송 전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선박, 열차, 아파트, 역사, 여객터미널 대합실, 경마장·경주장, 종합운동장 등 전국 의무설치대상 120곳을 대상으로 AED 설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그 결과 AED가 설치된 곳은 의무설치대상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51곳(42.5%)으로 집계됐다. 특히 선박(10%), 열차(20%) 등 응급환자 발생 시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기 어려운 장소의 설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족한 것은 설치율만이 아니었다. 조사 결과 시설규모에 비해 AED 설치대수도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AED가 설치된 51곳 중 30곳(58.8%)은 1대만 비치돼 있어,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골든타임(4분) 안에 AED를 이용한 응급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또 설치신고서 제출·관리책임자 지정(27.5%), 관리점검표 비치(23.5%)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었다. 일반인이 AED를 쉽게 발견해 사용 가능토록 하는 안내표지판의 설치 등도 부실했다.
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에 AED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위반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서는 “의무설치대상으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심정지 응급환자가 발생할 위험이 큰 찜질방·사우나, 대형마트, 학교, 놀이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이 많다”라며 “이들 시설에도 의료기관과의 거리·도착시간 등을 고려해 의무적으로 AED를 적절한 수만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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