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34회>
그러다가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처럼 군사정부가 무너지고 큰 재앙이 몰려왔어. 하여간 이 편지에 다 쓰지 못한 기막힌 사연들이 너무 많아. 나 사실은 이 편지쓰기 위해 술을 좀 마셨어. 남편과의 이혼, 뜻하지 않은 임신, 내 인생에 또 한 번 맞는 이 큰 변화의 시점에서 가슴이 쿵쿵거려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아. 술의 힘을 빌려 준식에게라두 내 넋두리를 늘어 놓구 싶어 펜을 잡은 거니까 두서가 없더래두 이해하고 읽어주면 좋겠어.
딱 한 가지만 얘기할게. 이건 인간은 언제나 양심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야 복을 받지 죄 없는 사람 잡아다 가두고 형벌을 주어 그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절망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원한을 쌓으면 결국 죄 값을 받는다는 이야기야.
그러니까 내가 대학 1년 때였어. 우리 집에 소포가 하나 배달되어 왔는데 글쎄 그 속에 말이야. 지금 생각해두 소름이 돋는 물건이 들어 있었던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배달부에게 전해 받았고 엄마가 뜯어 봤는데 글쎄 그 속에 살아서 펄펄 뛰는 독사 일곱 마리가 뛰쳐나오지 않겠어? 상상 한번 해봐. 쪽지 한 장에는 ‘악질 수사관 장 병선! 아직도 멀었어, 넌!’ 이라는 붉은 글이 쓰여 있었구.

엄마는 그 자리에서 독사에 물려 기절하여 쓰러졌구. 난 기겁을 하구 울면서 맨발로 집을 뛰쳐 나간거야. 그일 이후로는 집엔 겁이 나서 들어갈 수가 없었지. 잠도 못자구. 전화를 받고 수사관들을 데리고 급히 집에 온 아버지는 장롱 밑에 웅크리고 있던 파란 까치 독사에 발목이 물려 그만 혼비백산이 되어 병원에 실려가구, 말도 마
그 사건 충격으로 우리 아버진 그 수사과장이란 자리를 물러났고 쉬다가 중풍으로 돌아 가셨지. 엄마는 정신이상 증세로 한 때 정신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다가 외딸인 나의 결혼 실패까지 겹치자 음독자살을 하시구. 그래서 우리 집은 멸망을 초래했지. 천벌을 받은 거지 뭐. 우리 할아버지도 일제 때 순사 출신인데 너무 악질 순사라고 고향 사람들이 사람 취급을 안했다는데 우리 아버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어.
죄 없는 사람들 심지어 고향 후배인 한 기섭씨란 분까지 억울하게 새벽에 끌고 가 잡아 가두어 그 양반이 낮에도 술에 취해 이를 갈면서 우리 아버지 악담을 하고 다녔다나봐.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그랬겠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 서리가 내린다고 하지만 남자가 한을 품으면 칠팔월에 우박이 내린다고 했거던.
내가 너무 쓸데없는 우리집 과거사를 털어 놓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사람은 선하게 살아야지. 남의 눈에 억울하게 눈물 나게 하면 제 눈엔 피눈물 흘리게 된다는 사실을 체험했고 확실히 실감했지. 그래서 난 내 친정아버지 대신 내 아버지로 하여 억울하게 눈물 나게 하면 제 눈엔 피눈물 흘리게 된다는 사실을 체험했고 확실히 실감했지. 그래서 난 내 친정아버지 대신 내 아버지로 하여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원한 맺힌 분들께 심심한 용서를 빌구 참회를 하고 싶은 거야.
준식이! 아무튼 지금 우리는 임신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가지고 의논해야 겠어. 그리고 절대 날 의심은 하지마. 지금의 내 남편은 원래 무정자로 불임 남성이거든. 더구나 난 그 사람과 잠자리를 하지 않은지 6개월도 넘었구. 자세한 것은 조만간 합의서 들어가면 준식이 석방이 될 테니까 그때 의논하기루 해. 그리고 밤새 내가 밤잠을 못 이루고 쓴 시를 하나 적어 보내니까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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