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발생한 재해로부터 예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산업안전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많은 기준도 이제까지 발생한 수많은 산업재해의 원인을 분석해 도출한 결과물이다. 산재예방 선진국은 재해원인을 분석해 그 결과를 산재예방법제에 잘 반영하는 국가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사업장 차원에서 안전관리를 실시할 때에도 재해가 어느 업종·기계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재해사례와 대책을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지식이 있으면 작업장 순찰, 작업자에 대한 지휘·지도를 할 때 재해를 사전에 예측·회피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 발생한 재해를 토대로 동종 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재발방지대책’이라고 한다. 이런 대책은 설비와 작업자의 불안전한 상태, 행동이 원인이라고 가정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직접적 원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을 깊이 있게 분석하면, 4종류의 요인인 사람, 기계·설비, 작업, 관리(소위 4M)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일반적으로 ‘기본적 원인’(간접적 원인)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요컨대 직접적 원인, 간접적 원인에 대한 대책을 통해 산업재해의 재발을 방지한다고 하는 것이 재발방지대책의 기본적인 접근방법이다. 이 방법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방지하는데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원인에 대한 대책이 한 번에 많은 사상자를 내는 중대 재해에 대해서도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이와 같은 재해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원인, 기본적인 원인만을 문제로 하는 재발방지대책은 명백히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산업재해의 보다 궁극적인 원인으로서 ‘윤리’, ‘기술’, ‘조직관리’, ‘사회제도’ 4요인을 제안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와 같이 산업재해 발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 요인은 ‘근본적 원인’이라고 명칭하고자 한다.
직접적 원인, 간접적 원인을 아무리 추급해도 근본적 원인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직접적 원인, 간접적 원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발방지대책’과 근본적 원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연방지대책’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현재 산업재해의 발생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한 번에 2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재해는 증가하는 경향에 있다. 이는 직접적 원인, 기본적 원인 수준에서의 대책은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지만, 근본적 원인 수준에서의 대책이 진전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확실히 근본적 원인 수준에서의 대책은 경영자 안전의식의 근본적 개혁, 획기적인 안전기술의 개발, 조직체제의 근본적 개선 등 상당히 힘든 과제들이 수반된다. 그러나 이들 과제를 정면에서 다루지 않으면 중대재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과제의 실현은 어렵다.
우리나라는 재해가 발생하면 그 당시에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재해원인이나 사고예방보다는 엄벌주의가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도 사실이다. 차분하고 꼼꼼히 재해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재발방지에 활용하는 것에는 사회와 기업 모두 의지와 관심이 약하다. 미연방지는커녕 재발방지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재해예방 선진국은 이미 재발방지를 넘어 미연방지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앞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미연방지가 중요시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산업안전에 많은 노력과 지혜 그리고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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