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 진 | 그림, 김주헌
제1부 탐욕의 성(性) <35회>
우린 진정 ‘소울 메이트’가 될 수는 없는가
진정 그런 운명이라면
갇힌 새 풀어 창공으로 날려 보내듯
강물에 방생하는 물고기 보내 듯
나 너를 그렇게
훨훨 떠나보내야 하리
하늘에서 내린 선물
소중한 씨 하나 받아
오직 네 가슴에 뿌리박은 사랑나무로 키우리라
하지만 내 가슴에 시린 눈물
알알이 영글어
푸른 사리되어 굳을 듯 싶네
아, 아름다운 죄

준식은 이날 숙경이가 써 보낸 시와 장문의 편지를 받아들고 얼굴이 하얗게 변했으며 매우 당황하고 안절부절 못했다. 저녁 식사도 못하고 밤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면서 연신 한숨만 지었다. 구치소의 하룻밤이 이토록 긴가 싶었고 마치 10년 세월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며칠 전에 읽었던 이외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문득 상기되어 왔다.
- 여자는 때론 독약 같아서 가슴 안에 잠시만 간직해 두어도 가슴 밑바닥에 상처를 내는 법 -
멋있고 예쁘고 탐스런 연상의 여인. 숙경을 생각하니 왠지 이외수의 시구가 자꾸만 마음을 저리게 했다. 입원 중인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그리고 생전에 그리도 즐겨 부시던 등대지기 아버지의 하모니카 소리가 환청인 듯 꿈속인 듯 귓전에 울려 왔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잠자고
한 겨울에 거친 파도 모으는 작은 섬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통 잠을 못 이루네?”
밤늦게까지 창가의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던 작가 서진이 그가 안쓰러워 보여 한 마디 건냈다.
“예. 도무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요.”
“너무 걱정마. 길이 있을꺼야. 결코 그 여자가 자넬 배신하진 않을 것 같으니까. 믿어봐, 오히려 해피엔딩이 될지 누가 알아? 그것도 쉬운 인연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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