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53)
지상 (地上)도 해상(海上)도 안전불감증의 몸살을 앓고 있다. 세월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서울시내 도로 곳곳에 지반침하와 싱크홀(동공 현상) 문제가 대두되어 천만 시민들이 불안심리에 빠져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땅밑까지 ‘정기 신체 검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유행어가 퍼지고. 최근 한 신문에서 쓴 ‘안전특별시 거꾸로 가나’라는 제목을 단 칼럼이 눈길을 끌어 당겼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서울을 ‘안전특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박 시장은 민선 6기 취임 후 첫 일정도 지반침하 가능성이 제기된 석촌호수 일대로의 안전행보로 잡았다. 박 시장은 당시 현장을 둘러보곤 2중, 3중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지만, 취임 후 채 90일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서울시민은 바로 그 지반침하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되는 동공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 아래에서 동공 5개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발표하며 주변 상가나 주택가에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이를 그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는 동공 추가 발견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숨겨왔던 서울시가 자초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서울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행정을 하면 곤란하지 않을까? 미리미리 안전점검을 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보이면 제일 먼저 도로 안전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서울시 뿐 아니라 전국의 어느 도시든 불안한 곳은 제일 먼저 우선적으로 손을 보고 완벽한 재정비를 하여 쉴새 없이 통행하는 차량이나 보행자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행정력의 살아있음을 입증한다. 성급하게 지어올린 건물들이 지반 침하로 붕괴되고 그로하여 수많은 인명과 재산손괴가 있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우리는 자주 구경했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면 세월호 참사도 막을 수 있었고 곳곳에 쓰러지고 부서진 사고현장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 내지 무사안일의 나태한 정신과 업자들의 돈벌이에 죄없는 시민들만 엄청난 피해자가 된 것이다. 왜 꼬박꼬박 세금 잘 내는 시민들이 불안속에 살아야 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가?
오래전 이야기지만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와우아파트 붕괴사건도 지반 침하가 원인이었고 기타 대형사건 사고들도 대개가 다 지반의 균열에서부터 침하, 그리고 지하수관 노후로 터진사건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석촌지하차도 아래에 길이 80m의 동공이 발견된 직후 서울시는 그 원인을 지하철 9호선 공사에 사용된 실드공법이라 적시하며 이 모든 책임은 시공사에 있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시는 해당 공사가 책임감리제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 책임과 보완공사비는 전적으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아직 명확한 원인 규명이 나오기도 전 서울시는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 전가시키며 발뺌하기에만 급급해 보였다.
지하철 9호선 건설은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로 그 관리감독 책임은 당연히 서울시에 있다. 또 시는 이미 석촌지하차도 인근 연약지반의 동공 발생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안전을 외친들 이렇게 사고가 나면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서울시를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는가. 시민들을 좀 안심하게 하라.
자칫 사고가 터진 후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싶어서 이 글을 쓴다. 다시한번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을 생각하면서...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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