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소방안전의 출발
신뢰, 소방안전의 출발
  • 승인 2014.09.03
  • 호수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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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성 | 중앙소방학교장
국민과 소방사이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소방안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들이 소방을 믿고 신뢰할 때만이 소방당국이 펼치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방안전의 성패를 좌우하는 신뢰의 중요성을 논할 때는 반드시 사회자본을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 최근 행정학계에서 대두되는 사회자본의 핵심요소는 바로 ‘신뢰’다. 사회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적자원을 연결하는 신뢰와 배려심, 참여와 소통 속에서 서로를 협력적인 관계로 연결시키는 무형의 개념이다.

사회자본은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Bourdieu)가 1986년 학문적 연구를 위해 도입한 이후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며 점점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새로이 정립되고 있는 사회자본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신뢰, 규범, 호혜성 및 네트워크 등을 본질적 요소로 본다.

사회자본의 주요소인 신뢰는 소방안전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찬드라칸탄은 소방관서와 시민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봤고, 앤드류스(Andrews)와 브루워(Brewer)는 연구를 통해 화재로 인한 사망자수와 사회자본이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신뢰를 행정영역으로 확대해 보자. 전통적 행정이 관료와 행정기관이 중심이 됐었다면 우리의 지난 몇 정부들은 국민을 고객으로 여기고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가적 정부로서의 역할을 주도했다. 이제는 더 나아가 국민이 중심이 되고 국민의 정책참여를 중시하는 행정의 봉사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행정학자 샥터(Schachter)가 “시민은 단지 고객이 아니라, 주인이다”라고 주장한 것과도 상통한다. 주인이기에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결하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제조건이 바로 사회자본의 본질적 요소인 신뢰인 것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과 정부, 그리고 국민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호혜성을 추진하면, 이것이 결국 정책참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방안전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빠진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의 정책으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 정책의 방향은 국민이 주인이 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맞춰져야 한다.

중앙소방학교에서도 명예, 신뢰, 헌신을 교훈으로 삼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소방관들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소방학교에서는 기존 소방공무원에 대한 직급별·업무별 맞춤식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화재대응능력, 인명구조사와 같은 소방관련 인증 제도를 통해 현장에 강한 핵심인재를 양성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과학소방을 구현하기 위하여 연구개발(R&D) 사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소방의 전통적 3요소는 ‘전문화된 인력’, ‘최신의 장비’, ‘풍부한 소방용수’였다. 이제 이 3요소에 소방관서와 신뢰관계를 형성한 사회자본화된 국민을 더하여 4요소로의 개념 확장이 필요한 시기라 본다. 소방당국의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자신이 재난을 본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소방관을 힘들고 애처로운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명예로운 직업인으로 신뢰하고, 나아가 스스로 소방안전을 경제적 이익에 앞서는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스스로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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